현실 직시한 SK 박성한, ‘벨린저 스윙궤도’ 포기하니 불방망이

SK 박성한. 스포츠동아DB

“타격하는 모습이 코디 벨린저(LA 다저스)와 흡사하더라고요.”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48)은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하고 팀에 합류한 내야수 박성한(22)의 타격 자세를 떠올리며 미소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성한은 그동안 공격보다는 탄탄한 수비로 인정받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박성한이 상무 입대 전까지 1군 통산 44경기에서 기록한 타율 0.125(56타수 7안타), 2타점의 성적을 고려하면, 2019시즌 내셔널리그(NL) MVP를 차지하는 등 메이저리그(ML) 최정상급 타자로 평가받는 벨린저와 연결고리를 찾긴 쉽지 않다. 올해 퓨처스(2군)리그 50경기에서 거둔 성적도 타율 0.235(153타수 36안타), 3홈런, 24타점, 출루율 0.370이었다.

그러나 9월 2일 전역 후 처음 1군에 등록된 뒤부터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해내며 앞으로를 기대케 하고 있다. 2일~4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서 매 경기 3안타를 터트리는 등 5일까지 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72(43타수 16안타), 1홈런, 6타점, 출루율 0.413으로 펄펄 날았다. 입대 전 44경기에서 쳐낸 안타의 2배 이상을 올해 23게임만에 해낸 것이다.

박 대행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성한이) 처음에 타격하는 모습을 보니 벨린저와 흡사하더라. 본인이 그렇게 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몸에(180㎝·77㎏) 벨린저는 아니다. 이진영 타격코치와 얘기해서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힘이 있는 타자가 아니니 짧게 끊어 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성한도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결과가 좋으니 일석이조다. 16개의 안타 가운데 왼쪽과 가운데를 향한 타구가 11개다. 히팅포인트를 뒤쪽에 두고 가볍게 밀어쳐 안타를 생산하는 타격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포인트를 앞에 두고 어퍼스윙을 하는 파워히터 벨린저와 정반대다. 그는 “지난해 우연히 벨린저의 타격폼을 보고 스윙궤적이 괜찮아 따라해 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지금은 내 폼에 집중하고 있고, 이진영 코치님께서 공격적인 타격을 주문하신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대 이상으로 공격에서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본분을 잊지 않았다. 강점인 수비를 확실히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성한은 “안타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수비에 좀 더 집중해서 수비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 대행도 “어깨와 스피드, 송구 모두 괜찮다. 최근에 유격수로 자기 역할을 해내면서 (김)성현이도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