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조현우. 스포츠동아DB

울산 현대 조현우. 스포츠동아DB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국가대표팀(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 간 평가전은 형님의 승리로 끝이 났다. 1차전(9일) 2-2 무승부에 이어 2차전(12일)에서 A대표팀이 3-0 완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월드컵 지역예선과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악조건 속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이번 스페셜 매치는 가뭄의 단비처럼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태극전사는 2차전에서 골 맛을 본 이동경(23·울산 현대) 이주용(28·전북 현대) 이영재(26·강원FC) 등은 물론이고 실수가 별로 없었던 수비진, 그리고 압박과 빠른 패스가 돋보였던 중원 사령관들도 칭찬 받을만했다. 특히 골키퍼 조현우(29·울산 현대)의 활약은 눈부셨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서도 선발로 나선 조현우는 상대의 빗발치는 슈팅을 연거푸 막아내며 무실점을 이끌었다. 이날 올림픽대표팀이 기록한 슈팅은 12개였고, 그 중 7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상대는 후반 선제골을 허용한 뒤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는데, 그걸 조현우가 신들린 듯 선방했다. 특히 오세훈(21·상주 상무)의 기습적인 헤딩슛을 막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조현우의 선방에 상대팀 후배들은 혀를 내둘렀고, 기세가 오른 팀 동료들은 후반 막판 추가골을 챙길 수 있었다.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의 활약이 팀 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올해 처음 A매치 관중이 허용된 이날 팬들은 조현우의 활약에 탄성을 내질렀다. 상대팀 감독인 김학범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엄지를 치켜 올렸다. 김 감독은 “득점을 못 했지만 몇 번 찬스를 잘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주문을 많이 했다. 하지만 조현우 골키퍼가 너무 잘 막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규(30·가시와 레이솔)와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조현우는 벤투 감독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한껏 뽐냈다. 벤투 감독의 믿음도 커졌을 것이다.

이젠 다시 K리그 무대다. 그곳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서야한다. 전북 현대와 치열한 우승 다툼에서 이기는 게 조현우의 지상과제다. 선두 울산 현대는 25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18일)를 갖는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조현우가 만만치 않은 ‘동해안 더비’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