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유관중 재전환 첫날 풍경, 팬들도 성숙해져 돌아왔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으로 금일부터 각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의 20% 이내 관중 입장을 허용해 야구팬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관람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정부가 11일 프로스포츠 관중입장 재허용을 발표한 뒤 첫 KBO리그 경기가 열린 13일, 2806명의 관중이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잠실구장을 찾았다. 7월 26일 올 시즌 처음 관중입장을 시작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라 무관중으로 되돌아간 8월 19일 이후 54일 만에 야구장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다.

두산 구단도 이른바 ‘유관중 체제 2기’에 발맞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첫 유관중 체제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팬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확실히 팬들께서 야구장에 오시는 것이 더 활기차고 좋을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날 잠실구장은 수용인원의 25%인 5787석을 개방했고, 경기 개시 1시간 뒤인 오후 7시30분까지 온라인으로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좌우로 세 자리씩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조치해 접촉 위험을 줄였다.

두산과 한화 팬들 모두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모범적인 관람문화를 실천했다. 육성 응원 대신 박수와 율동으로 ‘팬심’을 표현했다. 두산 구단 마스코트는 ‘지정좌석에서 관람, 마스크 착용, 동작은 크게’라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관중석을 누볐다. 팬들은 이를 완벽하게 따랐다.

첫 유관중 체제에선 현장감에 목말랐던 탓에 종종 환호성이 터져 나와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투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와 타구음 등 현장감을 즐기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안타까운 실수마저도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날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전이 열린 창원NC파크에도 1609명의 관중이 입장해 ‘직관(직접 관람)’을 즐겼다. NC 이동욱 감독은 “야구장에 다시 활기가 돋는다는 것 자체로 좋다.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해서 관중들을 즐겁게 해드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