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성우.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39)는 올 시즌 1군 엔트리 말소 기록이 없다. 개막일인 5월 5일부터 지금까지 공백기는 부상자명단(IL)에 올랐던 4일(7월 3~6일)이 전부다. 70경기에 출장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 선수들을 물심양면 돕고 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LG는 이성우가 2018시즌 후 SK 와이번스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되자 손을 내민 구단이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포수보강이 필요한 구단은 꽤 있었지만, 좀처럼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지 않아 현역 연장을 포기해야 하나 싶던 찰나에 LG가 그를 호출했다. “그만 둘 생각도 했다. KBO리그가 아니라 어디서든 야구를 하려고 했다”던 그에게 LG는 한 줄기 빛이었다.
LG 입장에서도 이성우의 존재는 엄청난 힘이 된다. 지난해 주전 포수 유강남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완벽하게 공백을 메우며 관록미를 뽐냈고, 포스트시즌(PS)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언제든 안방을 대체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투수 리드는 이성우가 지닌 최고의 강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포수로 231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18개의 안타 중 2개는 결승타였고, 3개의 홈런은 자신의 단일시즌 최다 기록이다.
올 시즌 ‘5강’을 형성한 팀들의 공통점이 있다. 백업 포수가 언제든 주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박동원과 이지영이 번갈아 주전으로 나서는 가운데 주효상이 뒤를 받치는 형태고, NC 다이노스(김태군)와 KT 위즈(허도환), 두산 베어스(정상호)도 백업이 든든하다. LG에는 이성우가 있다.
LG 류중일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는 “이성우가 (선수단에서) 참 훌륭한 선배라고 느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민호(19), 김윤식(20) 등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 투수들에게 “네 공을 마음껏 던지면 된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감독 입장에선 그만큼 든든할 수밖에 없다.
온화한 리더십으로 투수들의 능력치를 끌어내는 베테랑은 분명 LG의 상위권 도약을 이끈 숨은 힘이다. 그는 “LG의 좋은 투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며 자신을 낮출 뿐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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