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전북 현대와 이동국이 그랬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 41세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을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27라운드)에 풀타임으로 출격시켰다. 시즌 11번째 출전이자, 1998년 프로 데뷔 이후 K리그 통산 548번째 경기.
무릎 부상에서 갓 회복한, 출전 횟수가 많지 않던 노장을 운명의 승부에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전북 벤치는 달랐다. 베테랑을 잘 활용하고 완벽히 재기시켜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낸 그들답게 ‘리빙 레전드’를 마지막까지 예우했다.
이날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린 빗줄기는 킥오프가 다가올수록 잦아들었고, 전반 휘슬이 울릴 무렵에는 완전히 그쳤다. 1만251명의 홈 관중은 전반 20분이 되자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기억하기 위해 2분간 기립박수를 쳤다.
녹색군단이 힘을 냈다. 기다렸다는 듯, 이동국이 12년간 쌓은 위대한 전북의 유산을 이어갈 조규성이 2골을 몰아쳐 선배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2009년부터 인연을 맺은 전북과 K리그 마지막 동행에서 이동국은 골 맛을 보진 못했다. 4차례 유효 슛 모두 빗나갔다.
물론 이보다 더 행복한 은퇴는 없다. “우승하고 내려오고 싶다. 해피 엔딩이길 바란다. 후배들이 날 화려하게 보내줬으면 한다”는 소망이 현실이 됐다. 쏟아진 꽃비와 녹색 축포를 배경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동국의 20번을 영구 결번시킨 전북은 그의 유니폼을 형상화한 초대형 통천과 화려한 이별식을 준비했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도 직접 감사패를 전달하고, 대형 밴을 선물해 아주 특별한 선수였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단 하나, 울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전광판에 헌정영상이 비쳐질 때도 꾹 참은 눈물이 그라운드로 내려온 부모님과 가족을 보자 계속 쏟아졌다.
이동국은 “‘마지막’이란 단어가 너무 슬펐다. 새로운 시작이란 마음을 하자 슬픔이 줄더라. 전북에서 받은 큰 사랑과 관심,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하겠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20번 유니폼들을 많이 봤다. 너무 울컥했다. 전북에서 많은 걸 얻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