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라북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 CUP‘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결승 경기에서 전북 쿠니모토와 울산 원두재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홈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4일 원정 1차전 1-1 무승부 덕분에 이날은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2000, 2003, 2005년에 이어 통산 4번째 대회 정상에 설 수 있었지만, 전력누수가 너무 많았다. 울산 원정 당시 쇄골 골절로 시즌 아웃된 국가대표 풀백 이용 외에 토종 날개 한교원과 ‘감비아 특급’ 모 바로우까지 전열을 이탈했다. 1차전 직후 가족상 소식을 접한 바로우가 귀국을 준비하느라 마지막 홈경기에 결장하게 됐다. 너무나 출혈이 컸지만,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무리하지 않았다. 심적 고통이 큰 선수를 배려해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김보경과 조규성을 배치했다.
그런데 불운은 또 있었다. 중원을 책임진 ‘테크니션’ 쿠니모토가 0-1로 뒤진 전반 13분 교체 아웃됐다. 거칠었던 초반 몸싸움 도중 발을 다친 그는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금세 주저앉았다.
반면 울산은 최상의 라인업을 가동했다. 가용 전력을 전부 투입해 ‘전진 앞으로’를 외쳤다. 경고누적으로 1차전에 결장한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컴백했고, 부상을 털어낸 이청용도 오른 측면에 나섰다. ‘원투펀치’ 주니오-비욘존슨을 투톱에 세운 것도 ‘이채로운’ 결정이었다.
정규리그에서 울산은 전북에 절대열세였다. 어설픈 변화를 준 뒤 3전패를 당했다. 벼랑 끝에 몰린 뒤에야 ‘가장 잘하는 축구’로 돌아온 셈이다. 결국 울산 고유의 컬러를 찾자 더욱 강해졌다. 전반 초반 세트피스에서 주니오가 골네트를 흔들어 흐름을 유리하게 풀어갔다.
그러나 울산의 ‘전북 울렁증’은 변하지 않았다. 주축들이 전원 이탈했어도, 항상 실력으로 변수를 이겨낸 전북은 강했다. 후반 초반부터 쉴 새 없이 휘몰아친 전북은 ‘변함없이 꼬리를 내린’ 울산을 요리했다. “울산을 확실히 눌러주겠다”던 전북 손준호의 약속이 현실이 됐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