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소형준이 역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20년은 소형준(19·KT 위즈)의 차례다. 9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동안 정확히 100구를 던지며 3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득점지원 불발로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눈부신 투구였다.
이날 경기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소형준 특유의 장기가 고스란히 보인 경기였다. 시쳇말로 ‘소형준이 소형준했다’고 표현할 만하다. 좌타자 상대 커터성 슬라이더(47개), 우타자 상대 투심(35개)으로 타석 가까이 붙이며 적극적 몸쪽 승부를 즐겼다. 단지 6.2이닝 무실점이라는 결과를 떠나 큰 무대 데뷔전에서 베테랑들도 어려워하는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두산의 좌타자 군단도 소형준의 커터성 슬라이더에 번번이 땅볼로 물러났다. 이날 소형준이 잡은 아웃카운트 19개 중 11개가 땅볼이었다. 삼진이 4개였으며, 내야뜬공도 3개가 있었다. 7회 힘이 떨어지며 타구가 외야로 향하기 전까진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경기 후 양 팀 사령탑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뭐라고 더 이상 칭찬할 게 없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국대급’ 투수가 나온 것 같다. 내가 선수 때보다 훨씬 잘한 거 같다. 누구 못지않게 좋은 경기해줬다. 강팀 두산에 대등하게 경기한 건 소형준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역시 이 감독이 1차전 선발로 낸 이유가 있다. 경기 운영이나 마운드에서의 모습 모두 사실상 1선발로 봐도 손색이 없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 감독의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국야구는 보석 하나를 발견한 듯하다. 소형준은 자신의, 그리고 팀의 첫 PS에서 한국야구 에이스 왕관을 머리에 반쯤 썼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