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김광현 상동에서 구슬땀, 롯데 영건 최고 자극 “닮고 싶다”

입력 2021-01-0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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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에게는 존재 자체로 배울 점이 많다. 야구선수로 치면 그라운드 위에서 모습은 물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교과서다. 어린 선수들이 선배의 루틴을 흉내 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는 그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K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누군가의 길이 되는 선수다. KBO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뒤 미국 메이저리그(ML)로 건너갔고, 데뷔 첫해인 지난해 24연속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8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62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좌완 영건들 중에는 김광현을 롤 모델로 삼고 경기영상을 탐독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김광현 자체가 살아있는 학습자료다.


올 겨울 롯데 자이언츠 영건들은 김광현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행운을 누리며 긍정의 자극을 받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해 11월부터 롯데 2군이 있는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ML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될 때 100%의 몸 상태로 팀에 합류해야 하기 때문에 김광현에게는 지금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롯데와 인연이 없는 김광현의 상동행에는 허재혁 롯데 스포츠사이언스 팀장의 도움이 있었다. 허 팀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SK에서 트레이닝 코치로 재직하며 김광현과 연을 맺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제대로 몸을 만들기 어려웠던 김광현으로선 겨우내 밸런스를 확실히 다져야 했다. 그래서 허 팀장에게 손을 뻗었고, 롯데도 흔쾌히 수락했다. 허 팀장은 김광현은 물론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도 개인 트레이너로 미국에 초빙하려고 했을 만큼 국내 최고의 트레이닝 전문가로 꼽힌다. 또 성민규 단장이 부임한 뒤 상동구장에 최고 수준의 장비들이 구비돼 있으니 훈련 여건도 최상급이다.


역시 상동구장에서 훈련 중인 롯데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김광현의 훈련을 어깨 너머로 지켜볼 수 있다는 자체가 행운이다. 특히 김광현처럼 최고의 좌완이 되고자 하는 올해 루키 김진욱(19)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김진욱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물론 스케줄이 달라 함께 운동하는 건 아니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 자극이 된다. 워낙 대선배님인 데다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 말 걸기 어려울 정도로 집중하는 게 느껴져 아직 다가가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광현 선배는 팔 타점이 높고 각도 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유형이다. 나 역시 아마추어 때부터 이러한 점을 장점으로 인정받았다. 프로 입단 첫해부터 닮고 싶던 선배와 가까이서 운동할 수 있어 행운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우연히 성사된 작은 인연이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 겨울은 김광현에게도, 김진욱을 비롯한 롯데의 유망주 투수들에게도 큰 의미로 기억될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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