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승패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심판판정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심판들이 새 경기운영본부장의 부임 이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요즘 심판들은 쉬는 날에도 경기장을 찾는다. 쉬지 말고 매일 경기를 지켜보며 배구 룰과 판정을 공부하라는 지시를 잘 따르고 있다. 심판들은 외국인감독 시대를 맞아 영어시험도 봤다. 경기 후에는 물론이고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심판이 통일된 판단기준을 공유하기 위해 자주 질문도 받는다.
심판의 능력을 재는 평가운영기준도 새로 마련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심판들에게는 다음 시즌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통보도 전해졌다. 적자생존이 현실로 다가오자 심판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는 판정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카드를 아끼지 말라는 내부방침도 정했다. 규칙대로 과감하게 경고를 주라는 뜻이다.
아쉽게도 이 방침은 생각지도 못한 부정적인 측면을 노출시켰다. 심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매끄러운 경기진행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는 판관보다는 다양한 소리를 모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지금 시대의 팬들은 원한다.
결국 서로가 판정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모두가 결과를 납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한 판단이 첫 번째 원칙이지만, 억울해하는 측에게는 설명도 하고 하소연도 받아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 부분이 생략된 느낌이다. 때로는 심판의 감정이 담긴 카드 판정도 보인다. 판정에 감정은 금물이다. 딱딱하면 부러진다. 원칙은 있어야겠지만, 더 유연해지기를 조언한다.
지금 남녀부 13개 팀의 화두는 ‘체력’과 ‘팀워크’다. 시즌 전에 준비해놓은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다. 선수단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생겼다. V리그는 유럽의 어느 리그와 견줘도 일정이 빡빡하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빅클럽보다도 더 힘든 스케줄을 무려 6개월간 소화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없는 외국인선수는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남은 5·6라운드 동안 어느 팀이 얼마나 부상을 줄이고 부상 공백을 메워줄 대체요원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제 구단들은 똑똑한 7명의 퍼즐을 맞추는 데 많은 투자를 하기보다는 비슷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은, 뎁스가 두꺼운 팀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힘들수록 버텨내는 힘은 팀워크와 동료애다. 코트에 있는 6명 중 누구 한 사람이 먼저 경기를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전염되고 팀은 허물어진다. 7일 IBK기업은행과 원정경기에서 4세트 7-17을 뒤집었던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자 경기는 분위기 싸움이다”고 말했다. 그날 도로공사 선수들은 비디오판독 이후 똘똘 뭉쳤다. 이번 시즌 한 배를 탄 선수들은 운명공동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요즘 몇몇 팀에서 그런 의식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들려 아쉽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