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기부계의 공룡군단, 후발주자 NC가 뿌리내린 방법

입력 2021-03-0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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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부터 막내까지, NC 다이노스의 팀 컬러는 ‘공생’이다. 선수 개개인마다 자신이 야구선수가 아닌 프로야구선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기존 팀들의 팬덤이 확고했던 상황에서 KBO리그에 합류한지 어느덧 10년. 후발주자 NC는 그렇게 한국야구에 뿌리를 내렸다.

위대한 팀, NC의 지향점
지난해 말 미국으로 건너갔던 나성범은 올해 1월 25일 자가격리를 마쳤다. 이튿날 첫 행보는 야구장 방문이었다. 야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팬클럽과 함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하기 위해서였다.

NC에서 기부는 흔한 풍경이다. 박석민은 최근 5년간 8억 원을 기부하며 ‘2020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 최저연봉(2700만 원)이었던 막내 투수 송명기는 올해 연봉협상을 하기도 전에 900만 원을 기부했다. 자신의 연봉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조부모 손에서 성장한 김진성은 보육원 등 아동시설에 유달리 관심을 갖는다. 아내가 작곡가인 임창민은 예술계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 이처럼 NC 선수단은 개인의 철학과 시각에 따라 원하는 곳에 마음을 전한다. 구단은 지역과 연계해 이를 적극적으로 중개한다.



임창민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인 불편함 없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어린이들을 위해 치료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NC 창단 멤버인 이동욱 감독은 팀의 기부 역사를 꿰뚫고 있다. 이 감독도 “좋은 팀에는 좋은 문화가 있다. 우리는 관중이 들어오기 때문에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걸 사회에 돌려주는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팀, 더 좋은 팀, 나아가서는 위대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결국 지역 팬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팀’에서 ‘우리 팀’이 되어야 한다. 팬들에게 식구로 인정받는 것이다. 팬들이 응원을 넘어 소속감을 느낀다면 야구단으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이를 위해선 성적만큼이나 사회공헌이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우리 팀은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야구만 잘한다고 명문인가요?”
구단 차원에서도 선수 개개인을 기부처와 연결해주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과 연계해 안타, 홈런 등 기록에 따라 기부를 하거나 특정 기업과 힘을 합쳐 홈런존을 운영하는 것은 일반적인 야구단의 기부방식이다. NC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을 전하고 있다.



2016년 창원 무학여고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잊지 말자는 의미의 ‘리멤버’ 배지를 제작해 개당 2000원에 판매했다. 취지에 공감한 NC는 이를 전량 구매해 야구장 관람객에게 나눠줬다. 학생들은 수익금을 창원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명의 생필품 지원에 썼다.



NC는 또 지난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해발굴 현장을 구단 차원에서 방문했다. 호국보훈의 달이었던 6월에는 전사한 아버지의 유해를 발굴사업으로 찾은 한윤식 씨, 류수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 2팀장 등이 차례로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향토사단인 39보병사단과 협약을 맺고 꾸준히 호국보훈사업을 진행했는데, 지난해는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구단을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케 했다. 또 장병들을 위해 물 6000병을 지원하기도 했다.

창단 초기만 해도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구단 이미지 제고를 위한 움직임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NC의 적극적 행보에 이제는 기업이 먼저 CSR(사회공헌활동)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제안할 정도로 지역 분위기가 달라졌다.

NC의 CSR을 담당하는 박중언 마케팅팀 매니저는 “성적도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성적만으로 명문구단이 될 수 없다. 지역과 함께하는 명문구단이 결국 우리의 지향점”이라며 “올해부터는 창원을 넘어 경남 전체까지 사회공헌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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