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KB스타즈 박지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제도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골밑은 박지수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대로였다. 리그에서 유일한 190㎝대 장신에 탈 아시아급 기량을 갖춘 그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없었다. WKBL 출범 이래 첫 정규리그 전 경기 더블(득점)-더블(리바운드)이 이를 입증한다. 정규리그 30경기에서 평균 22.3점(1위)·15.2리바운드(1위)·4.0어시스트(9위)·2.5블록(1위)을 기록하며 ‘리그의 지배자’가 됐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올 시즌 행보가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박지수는 매 경기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상황을 자주 겪었다. 특히 아산 우리은행과 정규리그 우승경쟁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그 역시 지쳐갔다. 또 ‘박지수가 있으면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도 큰 부담이었다. WKBL 역사상 가장 압도적 시즌을 보냈지만, ‘잘해야 본전’이었다.
박지수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선수지만,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이기도 하다. 일반인이라면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나이에 온갖 기대와 부담을 이겨내야 했다. 이 때문에 인천 신한은행과 플레이오프(PO·3전2승제)에선 WKBL PO 역사상 처음으로 2경기 연속 20득점-20리바운드의 대기록을 작성하고도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아니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력을 다해 뛰었다. 5경기에서 평균 22.2점·15.2리바운드·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의 주득점원이자 리바운더의 역할은 기본이었고, 체력이 바닥난 와중에도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용인 삼성생명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선 발목과 무릎이 꺾여 통증이 큰데도 다리를 절뚝이며 코트를 누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제 WKBL의 대세는 박지수임이 한층 더 확고해진 시즌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