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형 괴물의 증거…류현진은 천적이 두렵지 않다

입력 2021-04-14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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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흔히 ‘알동부’로 불리는 무대는 투수들에게 쉽지 않은 곳이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의 명가를 비롯해 강타선을 구축한 팀들이 전통적으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는 그 유명한 알동부도 두렵지 않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4안타 1볼넷 7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1실점도 야수의 실책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종전 2.92에서 1.89까지 떨어졌다.


양키스 공포증을 완벽히 떨쳐냈음을 증명한 한 판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LA 다저스 시절은 물론 토론토 이적 후에도 류현진에게 양키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류현진은 2013년 6월 20일 양키스 원정에서 6이닝 5안타 2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이날 전까지 6승2패로 쾌투하던 흐름에 쉼표가 찍혔고, 이날을 포함해 5연속경기 무승으로 침묵했다.


본격적인 악몽은 이후 시작됐다. 2019년 8월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양키스를 다시 마주했는데 4.1이닝 9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2019시즌 2번째로 적은 이닝 소화에 최다 실점이었다. 7월까지 21경기에서 ERA 1.53으로 리그를 지배하며 사이영상 후보로 꼽혔던 류현진은 양키스전을 포함한 8월의 고전 때문에 결국 수상에 실패했다. 토론토 이적 후 류현진의 양키스 공포증 극복이 과제로 꼽힌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첫 경기였던 지난해 9월 8일 홈경기에서도 5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 양키스를 상대로한 초반 3경기의 ERA는 8.80, 피OPS(출루율+장타율)는 1.01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상대성적(2경기 ERA 8.59, 피OPS 1.000) 다음으로 나쁜 기록이었다.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류현진이 아니었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이었던 9월 25일 7이닝 5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시작으로 올해 첫 경기였던 2일 개막전의 5.1이닝 2실점으로 악몽을 극복했다. 그리고 이날 다시 양키스 강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줄곧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천적은 먹잇감으로 변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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