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현장] 부친상에도 벤치 지킨 이병근…‘전진 본능’ 대구 선수단이 보답했다

입력 2021-05-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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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이병근 감독. 스포츠동아DB

어떻게 하든,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패하지 않을 것 같은 강한 느낌. 요즘 K리그1(1부) 대구FC가 그렇다. 이병근 감독이 이끄는 대구가 또 이겼다. 리그 9경기 연속 무패(8승1무), 최근 FA컵까지 포함하면 10경기 무패(9승1무)다.

대구는 30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9라운드 홈경기에서 강원FC를 1-0으로 꺾고 9승5무4패, 승점 32로 전날(2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긴 전북 현대(8승6무3패·승점 30)를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도약했다.

특히 이 감독은 이날 새벽, 비보를 접했다. 투병 중인 아버지가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다는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보이지 않은 그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고, 임무를 다한 뒤에야 아버지와 가족을 찾았다.
경기 내용은 조금 답답했다. 브라질 중앙 미드필더 세르지뉴가 주도한 대구의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않았다. 그래도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세트피스다. 전반 43분 상대 문전 왼쪽 지역에서 날린 세징야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수비에 가담한 강원 왼쪽 윙어 김수범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원을 향한 대구의 감정은 복잡 미묘했다. 밉지만 고마운 상대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침을 겪던 대구는 4월 10일 강원 원정에서 0-3으로 대패했다. 이전 8경기에서 7승1무로 상대를 압도해왔기에 내심 승점 사냥의 제물이 돼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그날 유독 무기력했던 대구는 3골이나 내주며 맥없이 무너졌다. 이 감독은 “강원에게 강한 면모를 발휘했던 우리였다. 다소 방심을 했고 준비도 부족했다. 첫 실점 후 많이 흔들렸다. 선수교체도 적절하지 않았고, 경기 중 혼란이 적지 않았다”며 당시의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최악의 순간에서 거짓말처럼 대구는 반등했다. 강원 원정 패배는 입에 썼지만, 좋은 보약이 됐다. 고참부터 막내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선수단 전원이 자발적으로 미팅을 하고, 반성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달라질 내일’을 다짐했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이날 강원을 안방으로 초대하기 전까지 리그 8경기 연속무패를 내달렸고, 하위권을 전전하던 순위는 정상권까지 끌어올렸다. 이날 킥오프를 앞두고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단어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복수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팠지만 그 경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무패 가도를 달리지 못했을 거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려면 (같은 상대에게) 내리 지는 것은 참 바보스러운 짓”이란 말도 덧붙였고, 그 열망이 짜릿한 1-0 승리로 나타났다.

반면 김병수 강원 감독에게는 몹시 아픈 하루였다. 4월 대구전을 끝으로 승리가 없던 그는 “전북,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등도 승수를 쌓지 못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며 희망을 노래했으나 힘이 부족했다. 고무열, 임채민 등 공수의 핵심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전열을 이탈한 가운데 남은 자원들을 긁어모아 힘껏 부딪혔지만 내공이 쌓인 대구는 4월과 달랐다. 9경기 연속 무승(5무4패)의 수렁에 빠진 강원은 반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대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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