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달의 믿음이 필요했던 1루…2008이승엽, 2019박병호, 2021오재일

입력 2021-08-03 16: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승엽, 박병호, 오재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믿음의 야구. 김경문 감독의 뚝심을 상징하는, 그리고 한국야구 역사의 순간을 요약하는 문구다. 단기전의 특성상 모든 선수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순 없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이끈 대표팀에는 언제나 1루수가 믿음을 필요로 했다. 이승엽(은퇴)이라는 성공작과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라는 아쉬운 사례 사이. 오재일(35·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표정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야구대표팀은 4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0도쿄올림픽 준결승 맞대결을 펼친다. 물론 이날 무릎을 꿇더라도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결승행 자격을 얻어 금메달 도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복잡한 셈법은 필요 없다. 이날 적진에서 깔끔한 승리로 결승에 선착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표본이 많지 않은 단기전이지만, 대표팀 타선은 전반적으로 활황세다. 4경기 팀 타율은 0.329, 팀 장타율은 0.514에 달한다. 타율 3할-장타율 5할 이상 모두 한국이 유일하다. 2일 이스라엘전에서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기 전에도 팀 타율은 1위였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잦은 출루로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다. 리드오프 박해민(삼성·타율 0.429)을 시작으로 김현수(LG 트윈스·0.444), 허경민(두산 베어스·0.400) 등이 고타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오지환(LG)도 2홈런-5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제는 양의지(NC 다이노스)와 오재일이다. 타율 0.143으로 처진 양의지는 주전 마스크를 쓰며 안방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클러치 능력을 기대했던 오재일의 타율 0.214(14타수 3안타) 부진은 예상 밖이다. 타점은 7월 31일 미국전에서 올린 희생플라이 1개가 유일하며, 장타는 없다. 전체 16타석 중 절반에 가까운 7타석이 유주자 상황이었지만, 안타는 없고 볼넷과 희생플라이 1개씩이 전부다. 오재일 앞에 9명의 주자가 있었으니 아쉬움은 더 크다.


다시 1루다.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이승엽은 예선에서 타율 0.136(22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뚝심으로 ‘4번타자 이승엽’을 고수했고, 준결승 한·일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며 믿음에 부응했다. 한·일전 승리 후 이승엽의 눈물은 한국야구사의 중요한 챕터다.


반면 모든 믿음이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의 박병호가 그랬다. 그해 정규시즌 122경기에서 33홈런, 98타점을 기록했던 ‘국민거포’는 대회 내내 침묵했다. 결국 타율 0.179(28타수 5안타), 2타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오재일은 2일 이스라엘전에서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비록 장타는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오재일의 반등 여부는 대표팀의 메달 색깔을 가를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