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 단장·외국인 감독’ KIA의 ‘최초’는 왜 실패로 끝났을까?

입력 2021-11-02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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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맷 윌리엄스 전 감독. 스포츠동아DB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카드들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KIA 타이거즈는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을 모두 한날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올 시즌 9위로 추락한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강하게 물으며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KIA의 현장-프런트 수장 동반 교체는 1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구단 핵심 관계자들도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됐다. 모기업의 메시지가 담긴 인사의 전형적 사례다.


맷 윌리엄스 전 감독(56)과 조계현 전 단장(57)은 모두 KIA가 ‘최초’로 선택한 카드들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었고, 조 전 단장은 2017년 취임한 구단 최초의 선수 출신 단장이었다.


경질된 윌리엄스 전 감독과 조 전 단장은 사실상 ‘운명공동체’였다. 조 전 단장이 데려온 윌리엄스 전 감독의 실패는 곧 조 전 단장의 실패로도 연결된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둘이 함께 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KIA는 ‘최초’ 카드들의 조화로 시너지를 노렸으나, 이는 엇박자만 내는 결과를 낳았다. 윌리엄스 감독 부임 이후 야심 차게 내놓은 야수·투수 운영 이원화는 얼마 가지 못해 무너졌다. 이로 인한 코치진의 변화는 조 전 단장이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부분이다. 팀의 조화는 이 때부터 이미 깨지고 있었다.


KIA는 2021시즌을 앞두고 퓨처스(2군) 감독제를 폐지하고 윌리엄스 전 감독에게 선수 육성의 책임까지 맡겼다. 1군 운영도 버거운 외국인 감독이 2군 선수 육성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었다. ‘프런트가 2군 운영을 도맡는다’는 신호탄이었다.


1·2군의 엇박자는 갈수록 심화됐다. 윌리엄스 전 감독은 1군에서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1승에 목마른 운영을 했다. 새로운 얼굴들을 찾아 쓸 여유와 생각은 이번 시즌 막판까지 조금도 없었다. 2군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화를 찾아볼 수 없었던 KIA는 결국 극약처방을 내렸다. 수많은 후보군이 벌써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한배’는 감독과 단장만의 배가 아닌 KIA 모두의 ‘한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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