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을 키워가는 FC서울의 ‘젊은 피‘ 조영욱이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해 | 남장현 기자
하지만 비단길도, 꽃길도 아니었다. 거친 풍파와 함께 한 여정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고, 여러 지도자들이 함께 했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안익수 감독은 조영욱이 경험하는 7번째 사령탑(감독대행 포함)이다. 지휘관이 계속 바뀔 정도로 팀은 어수선했다.
지난해에도 서울은 2명의 감독과 동행했다. 박진섭 감독(전북 현대 B팀 감독)이 9개월 만에 물러났고, 안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고통스러운 서울의 추락은 시즌 후반부까지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K리그1(1부)에서 K리그2(2부)로 서울이 강등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서울은 안 감독 체제로 치른 11경기에서 6승4무1패의 성과를 냈다. 그 중에는 스코어 0-3을 4-3으로 뒤집는 드라마틱한 경기(광주FC전)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겪는 동안 조영욱의 부담은 대단했다.
FC서울 조영욱. 스포츠동아DB
명예회복을 벼르는 서울이 동계훈련 캠프를 차린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최근 만난 그는 “정말 괴로웠다. 패배가 쌓이며 죄책감도 커졌다. 주변 분들이 더 눈치를 봤다”고 아픈 기억들을 떠올렸다. 8월까지 공격수가 1골·1도움에 그친 서울의 추락은 당연했다. 다행히 끝은 아름다웠다. 9월부터 7골을 더했고, 팀도 파이널B(7~12위) 최고 순위(7위)에 자리했다.
“많이 배웠다. 빤하면서도 당연한 교훈도 얻었다. 나와 팀이 살기 위해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외적 상황에서 핑계를 찾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 또 부담이 생겼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유쾌한 고민이다. 서울도, 조영욱도 ‘유종의 미’를 보였다. 경기당 평균 12㎞에 달하는 엄청난 활동량에도 지치지 않을 만큼 즐거운 11경기를 치르며 자신감이 쌓였다. 일단 첫 골을 빨리 터트리면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설렘과 기대가 공존한다. 불안감도 있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것 같다.”
‘서울 맨’으로 보낸 5년은 어떤 의미일까. 조영욱은 “과분한 축복과 응원, 큰 사랑을 듬뿍 받은 시간이다. 우리 팬들은 항상 날 지켜줬다. 이를 내가 돌려드릴 차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장 큰 보답은 성과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높은 위치를 꿈꾼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순위를 간혹 살피다가 피가 다 말라버린 느낌이었다. 반복할 수 없다. 될 것 같던 느낌이 가득한 11경기처럼 희망과 자신감이 가득한 시즌이 되길 희망한다”는 그는 현실적 개인 목표도 정했다.
“어렵겠지만 K리그1 시즌 베스트11 후보에라도 오르고 싶다. 쟁쟁한 동료, 선·후배들과 경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팀이 잘되면 개인의 영광도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FC서울 조영욱(오른쪽). 스포츠동아DB
조영욱은 태극마크에 대한 강한 애착도 감추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
표팀이 9일 2주간의 전지훈련을 위해 터키 안탈리아로 떠난 가운데, 조영욱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번째 대표팀 소집인 그는 전훈 기간 열릴 아이슬란드~몰도바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를 꿈꾼다. 만약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면 레바논~시리아로 이어질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원정 7·8차전에 나설 수도 있다.
“대표팀은 축구선수로 정점에 섰다는 걸 증명한다. 소집훈련은 해봤으니 딱 1분만이라도 필드를 밟고 싶다. 최고의 영예이자 대단한 기회다. 이를 놓쳐선 안 된다. A매치의 공기를 느끼고, 만끽하려고 한다. 착실히 노력하면 유럽 도전의 길도 열릴 것이다. 큰 선배들의 뒤를 밟아보려고 한다. 일단 서울에서 날 증명하겠다.”
남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