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자축구 대표팀, 남자와 같은 돈 받는다…동일임금 소송 승리

입력 2022-02-2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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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과 동등한 수당을 지급하라며 미국 축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른바 ‘남녀 동일 임금’ 소송을 벌여온 미국 여자축구 대표 선수들이 미국 축구협회와 2400만 달러(약 286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르면 미국 축구협회는 여자 대표 선수들에게 총 2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여자 선수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 6600만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2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여자 선수들의 은퇴 후 생활을 지원하고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알렉스 모건 선수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물론 여성 스포츠, 모든 여성에게 있어 매우 큰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축구협회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남녀 대표팀의 수당을 동일하게 책정해 지급하기로 했다. 훈련수당은 물론 월드컵 인센티드도 해당한다.

미국축구협회는 그간 여자 월드컵의 상금 규모가 남자 월드컵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같은 수준의 수당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여자 대표팀과 미국축구협회의 싸움은 2016년 시작됐다.

알렉스 모건, 메건 러피노, 호프 솔로 등 여자 스타 선수 5명이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수당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여자 대표 선수들을 대표해 연방 정부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3년간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이에 2019년 여자 축구 대표선수 28명은 “미국 축구협회가 남녀 선수 수당에 차이를 두는 등 ‘조직적인 성차별’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동일임금법과 민권법 위반”이라며 “축구협회는 소급분 수당을 포함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한 뒤 항소해 싸움을 이어왔다.

여자 선수들이 동일 임금을 요구한 주요 근거는 성적이었다.

여자축구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 여자 대표팀은 그간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각각 4번 우승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3위 이후 2002 한일월드컵 8강이 최고 성적이다.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이 받는 수당의 38%밖에 못 받는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월드컵에선 차이가 더 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그친 남자 대표팀은 총 54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았지만 여자 대표팀은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31.9% 수준인 172만 달러를 받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선 성평등이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협회가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에 여자 대표선수들의 신체적 능력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성차별적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인 것.

이에 여자 선수들과 대립 각을 세웠던 카를로스 코데이로 회장이 2020년 3월 물러나고 신디 팔로 콘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격한 게 변곡점이 됐다. 여자 축구 대표 출신 콘 부회장은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접점을 찾아 나갔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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