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SN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위상을 지켰다. 2020년 울산 현대가 정상에 섰고, 지난해에는 포항 스틸러스가 준우승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울산과 전북 현대, 대구FC(이상 1부), 전남 드래곤즈(2부)가 도전장을 내민 올해 기류는 사뭇 다르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ACL 동아시아권역 조별리그에서 K리그 팀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18일(한국시간)은 K리그에 ‘참사와 치욕의 날’로 기록될 만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3개 팀이 일제히 동남아 클럽들에 덜미를 잡혔다.
F조에 편성돼 태국 부리람 원정을 떠난 대구가 라이언시티(싱가포르)에 0-3, G조의 전남이 방콕에서 홈팀 BG빠툼(태국)에 0-2로 패한 데 이어 2012, 2020년에 이은 통산 3번째 정상을 노리는 I조의 울산마저 조호루 다룰타짐(말레이시아)에 1-2로 무너졌다.
당장 16강 진출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40개 팀이 겨루는 ACL은 동·서아시아권역 각각 4개 팀씩, 5개 그룹으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하는데, 각조 1위만 16강으로 직행한다. 각조 2위 가운데선 상위 3팀만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나란히 3위로 추락한 울산(1무1패), 대구, 전남(이상 1승1패)은 험난한 길로 들어섰다.
사진출처 |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SNS
외신들도 놀란 눈치다. AP통신, ESPN 등 글로벌 매체들은 “동남아가 ACL을 지배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럴 만하다. 그동안 ACL은 K리그와 더불어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가 주도해왔다. 호주 A리그도 꾸준한 실력을 발휘했다. 동남아 클럽들은 대회 출전권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세가 죽은 중국의 자리를 동남아가 확실히 꿰차는 모양새다. 어느 면에서도 K리그에 밀리지 않았다. 고온다습한 기후와 그라운드 컨디션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동남아 클럽들은 개인기와 팀플레이, 투지와 열정 등에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냈다. 빠른 역습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K리그 팀들을 제압했다.
울산 홍명보 울산 감독은 “우리가 이길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패배를 인정했고, 대구 알렉산더 가마 감독은 “쉽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며 침통해했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K리그 팀들이 달라진 경기력과 결과로 조금이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