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홈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토트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완벽한 하루였다. 전반 22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리그 7호)한 그는 후반 15분 데얀 클루세브스키의 도움을 받아 문전 한복판에서 절묘한 땅볼 터닝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고, 후반 34분에는 상대 문전 왼쪽에서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 슛을 꽂아 넣었다. 리그 18·19호 골.


이날 토트넘의 모든 득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손흥민이 후반 37분 교체되자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초록 그라운드에서 쏟아낸 위대한 영웅에게 찬사를 보냈다.


모든 장면에 스토리가 담겼다. ‘영혼의 단짝’ 케인의 헤더 골과 함께 둘은 EPL 통산 합작 골 기록을 41골까지 늘렸다. 현 시점까지 역대 최다 기록으로, 과거 첼시에서 36골을 만든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 콤비의 기록을 크게 앞선다.


토트넘의 2-0 리드를 만든 손흥민의 리그 18호 골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역대 유럽리그 한국선수의 단일시즌 최다 골 기록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에서 1985~1986시즌 뽑은 17골로, 이를 36년 만에 갈아 치웠다.


치열한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손흥민의 2번째 골은 올 시즌 EPL 득점왕 경쟁에 불꽃을 붙였다. 이 부문 선두는 리버풀의 이집트 스트라이커 모하메드 살라(22골)인데, 손흥민이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특유의 몰아치기를 갖춘 만큼 3골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더욱이 손흥민은 정통 골잡이가 아니라서 지금의 페이스는 몹시 놀랍다. 그의 올 시즌 공식경기 기록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의 1골·1도움을 포함한 20골·8도움이다. 어시스트 3개를 추가하면 EPL 사상 첫 3시즌 연속 10골·10도움 고지를 밟는다. 손흥민은 2019~2020시즌 11골·11도움, 2020~2021시즌 17골·10도움을 뽑았다.


지난달 10일 애스턴빌라와 32라운드 원정경기 해트트릭 이후 3경기 만에 손흥민이 득점포를 다시 가동하자 최근 주춤했던 토트넘도 상승세를 탔다. ‘손흥민 득점=팀 승리’의 공식을 증명하듯 토트넘도 3경기 만에 웃었다. 앞선 2경기에서 1무1패에 그쳤던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19승4무11패, 승점 61을 기록하며 아스널(20승3무11패·승점 63)과 4위 경쟁을 이어갔다. 4위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의 마지노선으로, 리버풀(8일·원정)~아스널(13일·홈)과 2연전이 아주 중요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기회가 있다면 계속 골을 넣을 것이고, 득점왕의 꿈도 있지만 무엇보다 UCL 무대를 다시 누비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