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동남아시아 팀들에 일격을 당한 여파다. 울산은 조호르 다룰 탁짐(JDT·말레이시아)에 2전패를 당했고, 대구와 전남은 각각 라이언시티(싱가포르)와 BG빠툼(태국)에게 한 번씩 무릎을 꿇었다. 전북도 호앙아인 잘라이(베트남)에 1승1무로 간신히 우위를 점했다.
동남아 클럽의 이미지는 ‘승점자판기’에 가까웠다. K리그 팀들이 간혹 원정에서 덜미를 잡히곤 했어도 강한 인상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2년 연속 ACL 조별리그를 개최한 것은 자신감의 발로이자 무기력한 탈락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든 동남아 클럽들의 살림살이가 여유롭진 않지만, ACL을 넘보는 팀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도훈 감독과 김신욱이 몸담고 있는 라이언시티는 연간 예산이 300억 원을 웃돈다. 현지 IT기업의 지원은 어지간한 K리그 팀들을 능가한다. 기업의 관심은 투자다. 2014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8회 연속 말레이시아 리그를 독식한 JDT도 주 술탄(정치 지도자)의지지 속에 급부상했다. 조별리그 통과로 홈 개최의 재미를 톡톡히 맛본 JDT는 8월 토너먼트 라운드(16강~4강) 개최에도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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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한국축구 DNA’ 흡수에도 적극적이다. 태국에 일본 컬러가 짙게 남았다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자국대표팀 지휘봉을 박항서, 김판곤 감독에게 맡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또 클럽들은 한국 선수와 K리그를 경험한 외국인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완전히 지워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굴기’ 정책에 따라 몸집을 키우며 ACL 무대를 호령했던 위용이 오간데 없다. 코로나19 봉쇄로 2진을 보낸 산둥 타이산과 광저우FC는 승부조작과 맞물린 ‘고의패배’ 의혹이 나올 정도로 무기력했다. 결국 AFC 랭킹이 크게 떨어져 2025~2026시즌부터는 ACL 티켓 1장, 하위대회인 AFC컵 본선 티켓 1장+플레이오프 티켓 1장만 배정받을 처지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한동안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정권의 관심이 온통 방역과 경제 규제에 쏠린 사이, 한때 권력에 붙어 축구에 발을 들인 기업들이 등을 돌렸다. 연이은 축구단 해체는 중국 정부에 스포츠가 어떤 영역인지, 또 중국축구는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시장성과 가능성을 입증한 동남아와 끝 모를 수렁에 빠진 중국의 극명히 대조적인 상황을 한국축구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