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가 지킨 자존심…오늘을 기억해, 4년 뒤 더 단단해지자! [카타르 리포트]

입력 2022-12-06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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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의 통산 11번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끈 축구국가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브라질과 2022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져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은 너무도 강했다. 전반 7분 만에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도움을 받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게 첫 골을 허용한 데 이어 6분 뒤 정우영(33·알사드)의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을 네이마르가 성공시키면서 0-2로 끌려갔다. 이어 전반 29분 히샬리송(토트넘), 7분 뒤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에게 추가 실점했다.


일찌감치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4년간 꾸준히 입힌 고유의 팀 컬러를 바탕으로 후반전 흐름을 바꿨고, 종료 14분여를 남기고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25·전북 현대)가 통렬한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뽑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원정 월드컵 16강 고지를 밟은 한국은 ‘미지의 영역’이었던 8강 고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충분히 잘 싸웠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왈칵 눈물을 쏟은 태극전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0-0으로 비긴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통해 대표팀은 남미 강호와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가나와 2차전에선 2-3으로 석패했으나 0-2로 끌려가다 ‘신데렐라’ 조규성(24·전북)의 짜릿한 연속 헤더골로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뽐냈다. 포르투갈과 3차전에선 김영권(32·울산 현대)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26·울버햄턴)의 역전 결승골로 기적처럼 16강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의 투혼은 몹시도 인상적이었다. 심각한 안면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피치 구석구석을 누빈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겼고, 종아리 부상을 입은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26·나폴리)는 “몸이 찢어져도 뛴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여기에 소속팀에서 안고 온 햄스트링 부상을 이겨낸 황희찬, 유난히 치열한 시즌을 보내느라 지쳐있음에도 모든 힘을 끌어낸 K리거들까지 모두가 박수 받을 만했다.


한국은 희망을 봤다. 지구상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32개국만 초대받는 월드컵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북중미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4년 뒤 월드컵부터는 48개국 체제로 전환되기에 더욱 값진 결실이다.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모두는 충분히 축제를 만끽했다. 이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질 일만 남은 한국축구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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