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황금 들녘…8000명 ‘힐링 마라톤’

입력 2023-09-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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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공주백제마라톤’ 참가자들이 17일 충남 공주시 공주시민운동장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완연한 초가을 날씨 속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8000여명이 참가해 700년 백제의 숨결을 만끽하며 달렸다. 공주백제마라톤은 가을 마라톤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대회다. 공주 l 이한결 동아일보 기자 always@donga.com

‘2023 공주백제마라톤’ 참가자들이 17일 충남 공주시 공주시민운동장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완연한 초가을 날씨 속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8000여명이 참가해 700년 백제의 숨결을 만끽하며 달렸다. 공주백제마라톤은 가을 마라톤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대회다. 공주 l 이한결 동아일보 기자 always@donga.com

2023 공주백제마라톤, 가을마라톤의 시작 알렸다

최고 날씨와 명품코스 곳곳 탄성
부쩍 많아진 2030 곳곳서 인증샷
친구와 허리끈 묶고 뛴 시각장애인
조카들과 같이 뛴 40대 큰아버지
“함께 뛰니 좋았다” 웃음꽃 활짝
8000여명의 달림이들이 700년 백제의 숨결을 느끼며 초가을 마라톤 축제를 즐겼다.

‘가을 마라톤의 전령사’ 2023 공주백제마라톤이 17일 오전 9시 충남 공주시 백제큰길 일대에서 열렸다. 대회 전날 공주시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그러나 대회 당일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가 그치고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를 보여 마라톤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레이스 최고의 날씨…인증 샷도 찰칵

출발지인 공주시민운동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몸도 풀고 인증샷을 찍으며 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컬러풀한 패션을 입은 2030세대 젊은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출발시간인 오전 9시, 기온은 22.7도로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지난해 기온 30도, 습도 75%로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레이스에 다소 부담을 느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참가자들은 풀코스, 32.195km 코스, 하프코스, 10km 단축 마라톤, 5km 건강달리기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레이스를 즐겼다. 특히 올해 신설된 32.195km 코스에는 전체 참가자 8000여 명 중 10%가 넘는 800여 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풀코스 이종현·김하나 씨 남녀 우승

풀코스 남자부에서는 2019년 대회 우승자 이종현 씨(31)가 2시간43분10초로 또다시 정사에 올랐다. 이 씨는 올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59초의 기록으로 마스터스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 씨는 “다음 달 결혼인데 아내에게 우승하는 걸 보여주려 열심히 뛰었다”고 레이스 소감을 밝혔다.

풀코스 여자부 정상은 김하나 씨(37)에게 돌아갔다. 3시간7분8초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 씨는 서울마라톤에서 마스터스 5위를 한 뒤 이번 대회에선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경주마라톤에서 첫 풀코스에 도전해 바로 서브3로 우승한 김 씨는 “벌써 6번째 풀코스 완주다. 경주에서는 서브3 기록으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2023 공주백제마라톤 참가자들이 초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다. 백제큰길 일대에서 치러지는 
공주백제마라톤 코스는 백제고도와 금강, 너른 벌판이 어우러진 명품코스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아이 손을 잡고 공주시민운동장 출발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공주 l 이한결 기자

2023 공주백제마라톤 참가자들이 초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다. 백제큰길 일대에서 치러지는 공주백제마라톤 코스는 백제고도와 금강, 너른 벌판이 어우러진 명품코스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아이 손을 잡고 공주시민운동장 출발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공주 l 이한결 기자


올해 신설된 32.195km 부문 남자부 우승자 박윤수 씨(27·2시간16분00초)는 “3월 동아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뛰었다. ‘서브3(풀코스 3시간 이하 완주)’ 준비를 위해 참가했는데 입상할 줄은 몰랐다”며 “크루에서도 ‘LSD(Long Slow Distance·30km 이상의 장거리를 천천히 뛰기)’ 훈련을 하지만 대회 특유의 분위기 덕에 기록이 더 잘 나온 것 같다”고 했다.

32.195km 부문 여자부 우승자 김점옥 씨(50·2시간24분47초)는 “공주마라톤이 날도 덥고 코스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불고 중간에 나무 그늘도 있어 ‘복 받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가이드 러너 10km 완주

화제의 참가자들도 많았다. 이번 대회는 더위가 한풀 꺾인 날씨 덕에 가족들과 5km 건강 달리기에 나선 미취학 및 초등학생이 1000명 넘게 나왔다. 초등학교 4학년 김채율 군(10)은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목에 건 기념 메달을 자랑스러워했다.

추석을 앞두고 성묘를 간 아버지 대신 조카들과 함께 뛴 큰아버지 김혁 씨(43)는 “아빠 대타로 왔다. 군대 구보 이후로 21년 만에 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지상진 씨(32)는 고교 동창 방현태 씨(32)와 끈으로 서로를 연결한 채10km를 완주했다. 지 씨는 “시력이 나빠진 지 얼마 안돼 바깥에서 뛰는 경험을 하기 쉽지 않았는데 친구 덕에 간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며 뛰었다”고 했다. 마라톤도, 가이드 러너도 처음이었던 방 씨는 “친구가 더 잘 뛰어서 제가 가이드를 하기 보단 오히려 친구가 제 페이스에 맞춰서 뛰어줬다”며 웃었다.

이날 최원철 공주시장, 윤구병 공주시의회 의장, 박종민 공주경찰서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은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최 시장, 윤 의장은 5km를, 임경호 공주대학교 총장은 10km 코스를 직접 뛰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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