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해민(가운데)은 전반기 내내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아 고민했다. 다행히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 스포츠동아DB
“이제부터 제 야구를 해야죠.”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박해민(34)은 올 시즌 전반기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4월말까지는 타율 0.290(124타수 36안타), 1홈런, 15타점, 22득점, 20도루로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뒤로는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자연스레 타순도 밀렸다. 나아질 듯 나아지지 않았고, 그렇게 전반기를 마쳤다. 전반기 성적은 타율 0.264(296타수 78안타), 2홈런, 35타점, 44득점, 28도루, 출루율 0.326이었다. 지난해 전반기(타율 0.289·출루율 0.358)에 비해 제법 아쉬웠다. 후반기 첫 일정이었던 KIA 타이거스와 홈 3연전에서도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와 대전 원정 3연전(12~14일)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3연속경기안타를 포함해 7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정타가 많이 나왔고, 타구의 방향이 고르게 형성됐다는 게 더 고무적이었다.
박해민이 반등 조짐을 보인 데는 염경엽 감독(56)과 1시간 개별 면담이 주효했다. 대전 원정을 앞두고 염 감독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큰 힌트를 얻었다. 박해민은 “감독님과 미팅에서 파울타구가 1루 쪽으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큰 힌트가 됐다. 잘 안 맞으니 급했다. 중심을 조금 더 뒤쪽에 두고 치는 훈련에 집중했는데, 그 덕분에 밀어 치는 안타가 나왔다. 이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수비와 주루에선 크게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LG 야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하고 있고, 올 시즌 전 경기 출전도 이어가고 있다. 주루 센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14일 한화전에선 상대 야수들이 잠시 집중력을 잃은 사이 기지를 발휘해 2루를 훔쳤다. 투수와 유격수가 뒤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주자를 확인하지 않은 찰나를 포착했다. 이 장면은 이날 펼쳐진 KBO리그 3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뽑혔다.
LG 박해민. 스포츠동아DB
박해민은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은데 꾸준하게 경기에 내보내주는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그동안 팀에 도움이 안 돼서 고민이 많았고,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감독님과 면담했지만, 얘기를 다 들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부터 내 야구를 해야 한다. 타석에서도 결과가 더 나아져야 한다.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