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합리적 절차를 밟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헛된 바람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과정은 유명무실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에 합류할 외국인 코치를 물색하기 위해 15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시작부터 잘못된 ‘클린스만호’는 역대 최고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2023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좌초됐다. 이에 정몽규 KFA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요르단 참사’ 약 열흘 뒤인 2월 16일 KFA 임원회의를 마친 직후였다.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부회장들과 함께 “클린스만 감독은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의 경질을 알렸다.
하지만 그것이 정 회장이 공식석상에 나온 마지막이었다. 4월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2024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을 때도, 대표팀 사령탑 선임작업이 난항을 겪을 때도 정 회장은 이에 책임을 지거나 한 차례 상황 설명도 하지 않았다.
바야흐로 ‘팬 퍼스트’의 시대다. 대표팀도 클럽축구와 마찬가지로 팬들의 소비에 의해 가치를 높이고 유지하는 상품이 된 지 오래다. 소비를 촉진하려면 신뢰가 중요하다. 믿을 수 있는 상품은 소비자가 계속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과정과 뒤로 숨기만 하는 태도는 소비자인 팬들과 등을 돌리는 행위일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문제점을 진단한 뒤 고치면 된다. 그것이 ‘팬 퍼스트’의 자세다. 하지만 정 회장은 5개월이 넘게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자신의 회사를 KFA 공식 파트너사로 들이고,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내년 4선 출마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통이 없는 리더는 이제 더 이상 팬들의 신임을 받을 수 없다. 오래 지속되기도 힘들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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