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발자취 따라가겠다” 책임감 커진 LG 엔스, 운 아닌 실력으로 승리 아이콘 우뚝

입력 2024-07-24 13: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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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외국인투수 디트릭 엔스는 케이시 켈리를 이어 에이스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스포츠동아DB

LG 외국인투수 디트릭 엔스는 케이시 켈리를 이어 에이스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스포츠동아DB


“내 롤 모델은 케이시 켈리다.”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디트릭 엔스(33)는 당초 물음표가 따라붙는 선수였다. LG가 신규 외국인선수 계약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했지만, 개막부터 5월까지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이 기간 12경기에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ERA) 5.20, 이닝당 출루허용(WHIP) 1.51에 그쳤다. 이에 염경엽 LG 감독이 “엔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래도 엔스에겐 승운이 따랐다. 5월까지 LG는 엔스를 내세운 12경기에서 무려 8승(4패)이나 거뒀다. 이 기간 적잖은 기복을 겪은 엔스 역시 선발승을 5번(2패)이나 챙기면서 이 부문 선두를 다툴 정도였다. LG는 이 ‘승운’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페넌트레이스 경험이 많은 염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승운이 유독 따르는 선수가 있는데, 그 운이 1년 내내 가기도 한다”며 “(엔스가 주는) 이 운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엔스는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LG가 기다려주는 동안 달라져야만 했다. 그는 6월부터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9경기에서 4승1패, ERA 2.48, WHIP 1.03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팀은 6승(3패)이나 챙겼다. 2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6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2-1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엔스는 경기 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나니 원하는 투구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엔스는 책임감이 커졌다. 6월 이후 활약으로 공교롭게 자신이 KBO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운 켈리와 운명이 뒤바뀌면서부터다. 그는 “내 롤 모델은 켈리다. 좋은 동료였고, LG를 우승으로 이끈 챔피언이자 KBO리그에서 많은 족적을 남긴 꾸준함의 대명사이지 않은가”라며 “켈리가 떠나 슬프지만, 켈리를 생각하면서 잘 견뎌내야만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켈리가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엔스는 켈리처럼 LG에서 인정받는 에이스가 되고 싶다는 의지다. 그는 “LG 구단이 켈리의 공헌에 감사를 표하는 장면을 보며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켈리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모두의 기억에 남을 것이고, 내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먼 미래의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충실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켈리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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