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 LG전에서 역투하는 KT 박영현.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위즈 우완투수 박영현(21)은 강력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 68경기에선 3승3패4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ERA) 2.75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긴 올 시즌에는 2004년 조용준 이후 20년 만에 10승-20세이브를 동반 달성했다. 여전한 구위를 자랑한다. 그가 던지는 평균 구속 146㎞의 직구는 수직 무브먼트도 엄청나 전광판에 찍힌 구속 이상의 위력을 지닌다.
올 시즌에는 박영현에 버금가는 강력한 직구를 구사하는 신인이 나타났다.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을 넘어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 중인 김택연의 강점도 평균 구속 148㎞의 직구다. 박영현처럼 공 끝의 움직임이 워낙 좋아 구속 이상의 위력을 뽐낸다. 위기 상황을 즐기고 좀처럼 주눅 들지 않는 강력한 멘탈 역시 박영현과 견줄 만하다. 이미 2006년 나승현(롯데 자이언츠)이 세웠던 16세이브를 넘어 고졸 신인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썼다.
박영현도 김택연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둘은 3월 ‘MLB(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당시 ‘팀 코리아’에 동반 선발됐는데, 이 기간 함께 캐치볼을 하며 서로의 위력을 체감했다. 이들 모두 직구 구사 비율이 70%대로 상당히 높지만 구위가 매우 뛰어난 까닭에 상대 타자는 알고도 치지 못한다.
두산 김택연. 스포츠동아 DB
박영현은 “(김)택연이는 직구가 워낙 좋다”며 “캐치볼을 하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볼이 살아서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공도 그렇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수직 무브먼트 등 세부 지표까지는 모르겠지만, 직구의 궤적과 스타일은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비교했다.
KT와 두산은 가을야구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박영현과 김택연의 맹활약이 꼭 필요하다. 점점 더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며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면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뒷문을 지키는 이들의 모습은 떠올리기만 해도 든든하다.
박영현은 좀처럼 주눅 들지 않는 김택연의 성격에도 주목했다. 그는 “택연이가 요즘 힘들어 보여서 전화를 한 번 했는데, 나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며 “힘들어도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고, 멘탈도 굉장히 강한 선수라고 느꼈다. ‘다음이 있으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으니, 전화를 한번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