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정선아가 동료배우이기도 한 전호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상체운동을 하고 있다.
결혼, 출산 후 컴백 … ‘제2’가 아닌, ‘진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선아
록시 건너뛰고 벨마로 직행 “벨마로 오디션 본 ‘과거의 나’를 칭찬해”
20대부터 꾸준히 운동 “배우에게 운동과 자기관리는 숙명이자 책임”
“정선아 배우의 벨마 캐스팅은 아마 올해 최고의 캐스팅 이슈가 아니었을까요?”라는 말에 “너무 기분 좋다”며 정선아가 까르르 웃었다.록시 건너뛰고 벨마로 직행 “벨마로 오디션 본 ‘과거의 나’를 칭찬해”
20대부터 꾸준히 운동 “배우에게 운동과 자기관리는 숙명이자 책임”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정선아는 요즘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금주법이 존재하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여자 교도소를 주요 배경으로 한 이 뮤지컬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뮤지컬’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정선아가 맡은 벨마는 ‘시카고’에서도 가장 섹시한 배역으로, 이 작품의 첫 장면부터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뜨겁게’ 선포한다.
보드빌(193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버라이어티쇼의 일종) 배우로 인기스타인 벨마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정부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온다. 교도소 내에서도 특급대우를 받으며 세상의 관심을 받지만, 더 젊고 매력적인 록시가 들어오면서 처지가 역전되어 버린다.
‘시카고’는 아바의 히트곡으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와 함께 국민 뮤지컬로 불릴 정도로 뮤지컬 팬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이번 시즌은 예년보다 ‘더더더 더욱’ 대박 행진곡을 울리고 있다. 밈으로 만들어진 시카고의 명장면들이 SNS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덕이 컸다.
지금까지 벨마는 한물간 왕년의 섹시스타, 록시는 백치미를 지닌 현재의 인기녀 이미지가 셌다. 2009년 ‘시카고’의 벨마가 인순이, 록시는 옥주현이었다는 것만 돌아봐도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선아가 록시를 패스하고 벨마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대단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의 시작을 알리는 명넘버 ‘올댓재즈’를 부르고 있는 정선아(벨마 캘리·가운데).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흥행 대폭발 덕분에 요즘 시카고 배우들도 힘이 펄펄 난다. 정선아는 “(배우 대기실 분위기가) 거의 2002년 월드컵 수준”이라고 했다.
“매 공연마다 빈 자리 없이 꽉 찬 객석을 보고 있으면 참 많은 감정이 들어요. 커튼콜 때는 저희도 관객 분들의 얼굴이 보이거든요. 모두 밝게 웃으면서 박수치며 환호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리프트에서 내려오면, ‘그래! 다리에 멍이 무슨 대수라고! 검정스타킹 신어서 보이지도 않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한마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요.”
“아주 오묘한 감정이지만, 가장 가까운 단어를 고르자면 아마도 ‘감사함’이겠죠. 저뿐만이 아니라 시카고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에 푹푹 찌는 날이나, 어김없이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에 대한 감사함. 그게 저희 시카고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서 더 열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자, 힘이 펄펄 나는 이유인 것 같아요.”
뮤지컬 ‘시카고’의 피날레이자 명장면인 벨마와 록시의 합동공연. 정선아(벨마·왼쪽)와 아이비(록시)가 ‘Hot Honey Rag’를 부르며 멋진 듀엣 안무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던 정선아는 복귀 후 ‘제2의 전성기’를 넘어 ‘진짜 전성기’를 보내는 중이다. 복귀작은 2023년 뮤지컬 ‘이프/덴’이었는데, 이 작품으로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따냈다. 복귀를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정선아는 복귀를 앞두고 “진짜 요~만큼 먹고, 이~만큼 운동했다”고 했다. 복귀작까지 이미 정해져 있던 상황이라 미션을 클리어한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멋진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운동을 했단다.
10대 후반에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심지어 주인공이었다) 정선아는 20대가 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을 관리했다. 발레, 필라테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지만 역시 제일 꾸준히 해 온 운동은 헬스다. 요즘도 주로 헬스를 통해 몸을 관리하고 있다. 동료배우이자 친구인 전호준이 체형 교정과 재활트레이닝 위주로 정선아의 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배우로 살아가는 데 운동과 자기관리는 숙명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우려고 노력합니다(웃음). 확실히 관리는 어렸을 때보다 지금 더 철저히 하는 것 같아요. 평소 체질에 맞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운동도 가능하면 매일, 못해도 이틀에 한 번은 가려고 노력해요. 안 가기 시작하면 진짜 가기 싫어져서(흐흐). 제 몸에게 게을러질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열심히 운동하러 간답니다.”
스트레칭 → 러닝으로 가볍게 땀 내기 → 웨이트 → 스텝퍼 → 마무리 스트레칭. 이것이 헬스장에서의 루틴이다. 공연(대개 저녁이다)이 있는 날에도 이렇게 한바탕 루틴을 하고나서 극장으로 간다. 주로 주인공을 맡다 보니 고음이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공연 전에 유산소 운동과 사우나로 땀을 쭉 빼고, 릴렉스 시킨 후 극장에 가면 체력은 물론 목도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시카고’는 예외에요. (워낙 동작이 크고 빠른 안무가 많아) 이 공연 자체가 유산소 운동이거든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어깨, 등 운동만 가볍게 하고 공연장에 갑니다. 러닝까지 하고 가면 마지막에 록시와 춤 추는 장면에서 정말 큰일나요(웃음).”
마지막으로 정선아는 다시 ‘벨마’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대본을 처음 제대로 읽고나서 벨마는 결코 ‘한물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벨마는 여전히 존재자체로 반짝거리고, 변함없이 스타죠. 하지만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대중과 언론이 다른 색으로 반짝이는 록시를 찾아낸 거에요. 어제의 사람들은 벨마의 반짝임을 사랑하다가, 오늘은 록시의 또 다른 반짝거림에 시선을 빼앗긴 거죠.”
“벨마는 사실 굉장히 똑똑한 인물이에요. 플랜A가 실패하면 플랜B를 바로 준비하고 실천하죠. 벨마가 록시에게 하는 ‘애절한 구걸’은 사실 ‘애절하게 보였으면 하는 구걸’일지도 몰라요. 운동도 그런 것 같아요. 힘들다고, 재미없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잘 찾아보면 분명 나에게 맞는 ‘플랜B’가 있을 겁니다. 모두 운동으로 건강하시고, 뮤지컬 ‘시카고’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운동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시카고’ 얘기를 잔뜩 해버린 것 같다. 지금의 정선아는 기-승-전-’시카고’다. 하지만 뭐 아무려면 어떤가. ‘시카고’야말로 뮤지컬이란 이름의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을.
정선아 파이팅! 시카고도, 벨마도, 7330도, 모두 파이팅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