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사니가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 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에서 득점한 뒤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가 일본 열도를 침묵에 빠트렸다.
광주는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 홈경기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를 7-3으로 완파했다. 사상 처음 아시아 클럽대항전에 도전장을 내민 광주의 역사적 첫 승이 지난 대회 준우승팀을 상대로 이뤄졌다.
벤치의 의도가 완벽히 적중했다. 볼 점유율 39대61(%), 경기 점유율 40대60(%)으로 밀렸음에도 경기력과 내용은 출중했다. 평소보다 선 굵은 축구로 무장한 광주는 376차례 패스 중 66회를 롱볼로 배분해 17개 슛(유효 13회)으로 7골을 뽑았다. 패스 574회 가운데 롱볼 43회, 13개 슛(유효 5회)으로 3골을 넣은 요코하마보다 효율적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오른쪽 날개 자시르 아사니가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고, 전반 15분 오후성의 추가골로 빠르게 승기를 잡았다. 아사니는 후반 10분 추가골을 넣었다.
이때만 해도 상대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전반 34분과 후반 14분 요코하마의 왼쪽 윙포워드 에우베르가 연속골을 뽑았다.
그 순간 광주는 더 강해졌다. 후반 23분 아사니의 어시스트를 받은 베카가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이희균(후반 27분)~가브리엘(후반 29분)이 연속 득점으로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후반 40분 요코하마 니시무라 다쿠마의 만회골이 나왔으나, 아사니가 후반 추가시간 해트트릭으로 응수했다.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알바니아대표로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아사니는 K리그 최고의 측면 공격수로 통한다. 기복이 다소 심한 편이나, 큰 경기일수록 더 강해진다. 요코하마전에서 그랬다. 구단에 새 역사를 안긴 그는 “K리그가 약한 리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활짝 웃었다.
용병술도 기가 막혔다. 승부를 매듭지은 후반 골 퍼레이드를 교체카드가 주도했다. 후반교체 카드가동시에 투입된 이희균(1골), 가브리엘, 베카(이상 1골·1도움)가 전부 골맛을 봤다. 특히 가브리엘은 후반 34분 상대 수비수 에두아르도의 퇴장까지 유도했다.
최근 자국대표팀의 거듭된 선전에 한껏 고무됐던 일본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역대 ACL에서 J리그 팀이 7실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K리그 팀이 J리그 팀에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이긴 경기는 2011년 9월 전북 현대가 세레소 오사카를 6-1로 격파한 8강 2차전이었는데, 요코하마가 불명예 기록을 썼다.
닛칸스포츠는 “말도 안 되는 경기”라는 에우베르의 코멘트를 크게 전했고, 스포츠호치는 “요코하마가 국제대회에 처음 나선 광주에 처참하게 졌다”고 침통해했다. 축구전문 풋볼존도 교체 1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은 에두아르도를 주목하며 “비극”이란 표현을 썼고, 사커다이제스트는 “비참한 경기”라고 총평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