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윤평국은 지난달 22일 강원전에서 819일 만에 장갑을 꼈다. 이날 2-1 승리로 팀의 6연패 탈출에 앞장선 그는 자신과 팀의 해피엔딩을 꿈꾼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초반 선두를 달렸다. 박태하 신임 감독의 지휘하에 경기력과 결과 모두를 챙기면서 ‘태하드라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7월 말부터 먹구름이 끼었다. 김천 상무~FC서울~전북 현대~대구FC(이상 1-2 패)~울산 HD(4-5 패)~광주FC(1-2 패)를 맞아 6연패에 빠졌다. 다행히 이후 강원FC(2-1 승)~인천 유나이티드(1-0 승)~수원FC(1-1 무)를 상대로 연패를 끊음과 동시에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6연패의 영향으로 선두 울산(18승7무8패·승점 61)과 격차가 벌어져 포항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래도 4위(14승9무1패·승점 51)를 달리고 있다. 최대 5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과 코리아컵 2연패에는 도전할 수 있다. ‘난세영웅’ 윤평국(32)의 공이 컸다.
윤평국은 주전 황인재의 부진과 유망주 이승환의 부상으로 지난달 22일 강원전부터 기회를 잡았다. 2022년 6월 26일 김천전(1-1 무) 이후 819일 만에 장갑을 꼈지만, 강원전부터 인천~수원FC전까지 합계 선방률 77.8%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표본은 적지만, 리그 정상급 골키퍼 조현우(울산·72.9%)와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70.4%)을 능가한다. 그는 “공백이 길었지만 계속 열심히 준비했다. 꾸준히 상대 선수들을 분석한 덕분에 운도 따라준 것 같다”고 지난 3경기를 돌아봤다.
이제야 비로소 2024시즌을 시작했다. 윤평국은 광주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9시즌 K리그2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을 수상한 실력파지만, 2022시즌 포항 이적 이후 손가락 부상 여파로 긴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부상을 당한 사이 (황)인재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에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올 시즌에는 벤치에 앉지 못한 경기도 많았다”며 “최고참 신광훈 형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더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제 앞만 바라본다. 윤평국은 “감독님께서 연패 탈출 후 내게 직접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팀의 6연패 탈출에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뻤다”며 “아직 울산과 코리아컵 결승이 남아있다. 내 힘으로 팀의 코리아컵 우승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K리그 통산 101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K리그1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뛴 시즌이 없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K리그1에서 주전으로 롱런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