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이라크를 잇달아 격파하며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선두를 지킨 축구대표팀은 세대교체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현규, 오세훈, 이강인, 배준호(왼쪽부터)는 한국축구의 오늘과 내일을 짊어진 ‘젊은 피’다. 용인|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었다. 내림세를 타던 한국축구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 4차전에서 요르단과 이라크를 연파하고 11회 연속 본선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1일(한국시간) 암만에서 끝난 요르단과 원정 3차전을 2-0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홈 4차전도 3-2로 잡고 3연승으로 가장 먼저 승점 10(3승1무) 고지에 올랐다.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면 조기 본선행 확정도 가능하다.
우려와 비난 속에 출항한 ‘홍명보호’의 10월 2연전은 운명의 무대였다. 객관적 전력과 최근 전적을 고려했을 때 요르단과 이라크는 B조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들이다. 특히 이라크는 최종예선 3차전까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2승1무를 수확한 상태였다.
게다가 우리 대표팀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주축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이 장기간의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합류하지 못했다. 요르단 원정에선 손흥민의 역할을 대신한 황희찬(울버햄턴)과 엄지성(스완지시티)까지 다쳤고, 결국 모두 중도 하차했다.
적잖은 위기감과 부담감이 엄습했지만, ‘홍명보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젊은 대체자들이 눈부신 활약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1999년생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은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고, 2000년생 오현규(헹크)는 요르단과 이라크를 상대로 잇달아 골을 뽑았다.
한국축구는 ‘정통 9번’의 적임자를 찾는 데 줄곧 어려움을 겪어왔다. 황의조(알란야스포르)가 사생활 논란으로 지워지고, 조규성은 당분간 복귀하기 어렵다. 34세의 주민규(울산 HD)는 장기적 관점에선 고민이 필요하다. 잠시 잊혔다가 부활한 오현규와 꾸준히 지켜보고 선택한 오세훈의 만점 활약은 그래서 더 반갑다.
공격 2선에도 걸출한 차세대 자원이 등장했다. 측면과 중앙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배준호(21·스토크시티)가 손흥민~황희찬~엄지성이 증발한 왼쪽 측면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현란한 몸놀림과 매끄러운 볼 터치로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0월 2연전을 오른쪽 날개로 소화한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수준급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오늘에 안주할 수 없다. 오현규는 “더 잘해야 하고,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늘 경쟁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했고, 배준호도 “(이)강인이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많은 숙제를 얻었다. 자신 있게 움직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