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이스 원태인이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PO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기운 좀 받고 싶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24)은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이 펼쳐진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야구 유니폼을 입고 출근했다. 그런데 삼성 유니폼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유니폼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그는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입고 출근했다”며 웃었다.
원태인에게 ‘오타니 유니폼’은 흥미로운 루틴 중 하나다. 올 정규시즌 도중 해외 주문으로 유니폼을 직접 구매했는데, 공교롭게 배송 시기와 성적이 치솟는 시기가 맞물렸다. 그는 “후반기 첫 경기(7월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0.2이닝 4실점)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하고 (생활에까지) 변화를 줘보자는 마음에 이것저것 해보다 해외 배송으로 유니폼을 주문했는데, 때마침 배송이 와 입고 출근했더니 그때부터 8승1패를 했다”고 설명했다.
언뜻 볼 때 ‘징크스’와 비슷한 이야기 같지만, ‘오타니 유니폼’은 원태인의 평소 자세를 잘 나타내는 일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원태인은 지난해 가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에게 포크볼을 배웠다. 올해 3월 MLB 서울시리즈 때는 타일러 글래스노(다저스)를 찾아가 커브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상대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욱이 오타니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만난 상대 중 한 명이었다.
원태인은 “(오타니가) 대단하지 않은가. 오타니 선수가 신는 스파이크는 또 어떨지 궁금해서 직접 사 신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폼을 세탁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이제 원정경기를 치르니 집에 가 빨겠다”며 웃었다.
이제는 원태인 또한 ‘좋은 기운’이 감도는 선수가 돼가고 있다. 15일 자신의 포스트시즌(PS) 첫 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아주 결정적 장면이 있었다. 원태인은 7회초 김윤수에게 2사 만루 위기를 물려줬는데, 김윤수가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으로 오스틴 딘(유격수 땅볼)을 잡자, 둘은 뜨겁게 포옹했다. 원태인은 “전날 합숙하는 숙소에서 (황)동재와 나, (김)윤수 형이 함께 보드게임을 하다 ‘내가 위기에 내려가면 윤수 형이 막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형이 불펜에서 뛰어오더니 막아주기까지 하더라”며 신기해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