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한용.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은 선수층이 탄탄한 팀이다. 정지석이 정강이 피로골절 여파로 리베로 자리에서 뛰고 있지만, 베테랑 곽승석 등을 앞세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진용은 여전히 국내 정상급이다. 지난달 KOVO컵 때 이준이 등장했듯, 마르지 않는 화수분 덕분이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별 강점에 따라 기용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쟁의 시너지’는 주축 공격수 정한용(23)을 한층 성장시켰다.
●돌아보기
정한용은 지난 시즌 일취월장했다. 초반 인상이 무척이나 강렬했다. 정규리그 1~2라운드 12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54.14%(1위)에 달했다. 외국인선수들조차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3라운드 초반까지 기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기복 탓에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 정한용은 “아쉬웠다”며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해 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정한용은 데뷔 후 처음으로 3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얻은 게 많았다. 체력, 리시브 등 무엇을 채워야만 하는지 명확하게 깨우쳤다. 그는 “스스로 흔들리는 경향이 강했다”며 “내 서브 리시브 성공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험이 몇 번 쌓이니 위축되곤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위에서 내게 ‘(정)한용아,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오히려 칭찬하듯 위로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채우기
경쟁자가 생겼다. 2021~2022시즌 입단 동기이자 포지션이 같은 2살 위의 이준이다. 이준은 지난달 KOVO컵 5경기에서 113득점(공격 성공률 55.75%·공격 효율 40.71%)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시즌에 들어와서는 리시브에서도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도 41회 중 실패가 1회밖에 없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국에서 (이)준이만큼 공을 많이 받은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정한용은 “비시즌 대표팀에 다녀오니 준이 형이 정말 잘하고 있더라”며 “내게 좀 더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강점은 더욱 살리고, (동료가) 나보다 잘하는 것은 나 역시 더욱 채우려고 했다”며 “그 시너지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자신을 돌아보고 채운 정한용은 다시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됐다. 정지석에 이어 요스바니와 이준이 부상으로 27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 나서지 못했다. 더욱이 대한항공이 1라운드 1승2패에 머물고 있기에 에이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득점(56개·3위), 공격 성공률(48.84%·10위) 부문 상위권을 달리는 정한용은 지난 시즌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한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