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그린카드를 주고 있다. 사진제공|KOVO
“한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경기 흐름을 고려할 때 좋은 제도이기는 하니….”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 시즌부터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이미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대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제고하고, 비디오판독 시간을 단축해 경기를 빠르게 진행하자는 취지에서다. KOVO는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투표 50%와 기록 50%(팀 기록 20%+그린카드 포인트 30%)를 더해 페어플레이상 점수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달 KOVO컵 여자부 경기에서 총 9차례 그린카드가 발급됐지만, 아직 딜레마가 있다. 상대의 비디오판독 시도를 제한하는 전략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템포 측면에서 경기력이 올라오는 와중에 비디오판독을 기다렸다가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3일 대전 삼성화재-우리카드전에서 또 한 가지 사례가 나왔다. 4세트 14-13에서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이 상대 블로커 터치 아웃 여부를 판독해달라고 요청하자, 우리카드 미들블로커(센터) 이상현이 곧장 ‘손에 닿았다’고 인정했다. 이상현은 “어릴 때부터 (양심 고백을) 했다가 혼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었다”며 “내 경우는 스치는 수준이 아니고 확실하게 맞아서 곧장 손을 들었지만, 한 소리를 듣기는 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상현은 ‘흐름’을 우선시했다. 그는 “블로킹 감이 좋았기 때문에 (비디오판독으로) 딜레이되는 시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가 비디오판독 기회를 쓰게 하지 못해 아깝다고 볼 수는 있다”며 “우리가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판독을 기다리는 동안 상대에게 짧게나마 여유를 주는 것이지 않은가. (상대가) 체력을 보충하고 사기를 북돋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 보상과 형평성이 요지다. 파에스 감독은 “이상현은 흐름을 잘 고려했으니 오히려 좋은 선택이라고 봤지만, 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없다”며 “상금뿐 아니라 추가 점수를 얻는 VNL처럼 보상(3만 달러)이 있는 경우 (양심 고백을) 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손에 맞지 않았다’고 하는 반대 경우 또한 받아들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