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선수들이 11월 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 김천 상무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3위(18승9무11패·승점 63)를 차지했다. K리그 유일의 군팀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시즌 중반까지는 울산 HD, 강원FC와 선두를 다투기도 했다. 입대와 전역이 반복돼 선수단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군 성과라 더 값지다.
관건은 내년이다. 김천은 2025년을 끝으로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연고 협약을 마친다. 상무 축구단은 2026년 새 연고지와 손을 잡고 K리그2에 참가한다. K리그 신생팀은 2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상무는 김천과 떨어지더라도 K리그에 잔류하지만, 김천은 시민구단으로 변신하지 못한다면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시하는 군경팀의 창단 조건은 추후 해당 연고지의 프로팀을 만드는 것이다.
김천은 연고지를 유지하며 신생 구단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이를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10일 구단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시민구단 준비 계획을 논의했다. 최순고 구단주 권한대행, 배낙호 대표이사, 최한동 김천시체육회장, 이재하 단장, 여영각 후원회장을 비롯한 대의원과 이사진이 머리를 맞댔다. ‘시민구단 전환과 확고한 기반 조성’을 주제로 2025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이에 필요한 예산안을 의결해 구단의 청사진을 그렸다.
2020년 상주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한다. 2011년 상무와 연계해 K리그에 등장한 상주는 2020년 협약이 끝난 뒤 시민구단으로 독립에 실패했다. 당시 상주 강영석 시장은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할 경우 수입 감소와 인건비 증가, 후원기업 유치 곤란 등을 우려해 상주시민축구단 창설을 포기했다.
하지만 상주의 사례와 달리 광주 상무, 안산 경찰청, 아산 경찰청 등의 군경팀은 각각 광주FC, 안산 그리너스, 충남아산으로 바뀐 사례도 있다. 이 팀들은 시민구단 전환을 위해 지속적인 타당성 조사와 공청회 개최 등 착실한 단계를 밟아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