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좌절’을 자양분 삼아 ‘1월의 꽃’으로 피라 - 소니오픈의 ‘코리안 브라더스’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26>

입력 2025-01-13 16: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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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아이스 골프다. 아이스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그린란드의 우마르나크 섬은 최초의 아이스 골프 코스가 생긴 역사적인 장소다. 1999년부터 ‘월드 아이스 골프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는 이틀간 진행되는데 얼음 위에서 잘 보이는 빨간색 공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00년 그린란드 움마나트에서 열린 ‘2000 세계아이스골프 챔피언’  대회에서 피터 마스터스(영국)가 퍼팅을 하는 장면. 이 대회에는 10개국 2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스포츠동아DB

이것이 아이스 골프다. 아이스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그린란드의 우마르나크 섬은 최초의 아이스 골프 코스가 생긴 역사적인 장소다. 1999년부터 ‘월드 아이스 골프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는 이틀간 진행되는데 얼음 위에서 잘 보이는 빨간색 공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00년 그린란드 움마나트에서 열린 ‘2000 세계아이스골프 챔피언’ 대회에서 피터 마스터스(영국)가 퍼팅을 하는 장면. 이 대회에는 10개국 2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스포츠동아DB


미국 제47대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의 취임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재취임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에 기대를 걸게 되고,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에 우려를 갖게 된다.

‘골프 대통령’ 트럼프가 초록빛 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린란드는 그린하지 않다. 그린란드 남쪽에 여름에 풀이 자라는 것을 보고, 이곳을 그린란드라고 이름 붙였지만, 이는 정착민을 유인하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린란드 대부분은 빙하로 덮여 있어 초록빛과는 거리가 멀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새로운 주가 되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지만, 만일 51번째 주가 생긴다면 그린란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트럼프가 미국인에게 심어 주었다. 미국의 50번째 주는 하와이로 1959년에 편입되었다. 미국령이 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1898년이다. 하와이에 최초의 골프 코스가 만들어진 때가 1898년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새로운 주가 된다면, 그곳에도 골프 코스가 생길까?

그린란드에 골프 코스는 없지만, 골프대회는 있다. 빙하 위에서 설산을 배경으로 매년 월드 아이스 골프 챔피언십이 개최된다. 붉은색 또는 주황색 공이 사용되고, 퍼팅하는 곳을 그린이 아니고 화이트라고 부른다. 골프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소니오픈이 열린 하와이 와이알라 CC의 명물인 16번 홀 그리니 뒤에 있는 네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만들어내는 ‘W’ 모양의 이미지. 이 W자 모양으로 자라는 나무는 와이알라 클럽 회원인 애버트 애벗이 자신이 어릴 적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에 착안해 꾸민 경관이라고 한다.  사진은  앤드류 퍼트넘(미국)이  최종라운드 16번 홀에서 샷을 하는 모습. 하와이(미국)ㅣ AP

소니오픈이 열린 하와이 와이알라 CC의 명물인 16번 홀 그리니 뒤에 있는 네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만들어내는 ‘W’ 모양의 이미지. 이 W자 모양으로 자라는 나무는 와이알라 클럽 회원인 애버트 애벗이 자신이 어릴 적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에 착안해 꾸민 경관이라고 한다. 사진은 앤드류 퍼트넘(미국)이 최종라운드 16번 홀에서 샷을 하는 모습. 하와이(미국)ㅣ AP


골퍼에게는 하와이가 진정한 그린랜드이며, 그리하기에 하와이는 PGA투어의 개막전 무대가 되었다. 골프가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보였을 때, 하와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꿈의 신혼여행지였고, 하와이는 ‘이국적’이라는 말과 동의어였다. 당시에 단순한 하와이 여행이 아니라, 하와이 골프 여행은 특별한 의미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와이 골프의 일번지는 호놀룰루에 있는 와이알라에 골프클럽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하와이 최초의 18홀 골프 코스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골프 코스가 해변을 따라서 페어웨이가 조성되어 있다면, 와이알라에 골프 코스는 육지에서 해변 쪽으로 티샷했다가, 해변 쪽에서 육지 쪽으로 번갈아 티샷하게 되어 있다. 골퍼가 그린을 공략할 때 그린, 바다, 하늘과 야자수가 한데 섞여 있는 풍광이 일품이다. 골퍼의 눈에 버뮤다그래스의 트로피컬 그린, 얕은 바다의 에메랄드그린, 깊은 바다의 코발트블루, 바다 위 하늘의 스카이 블루의 조화는 한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퍼팅 그린에 드리워진 야자수의 흔들리는 그림자는 골프에 생동감을 더한다.

김시우 선수는 2023년 1월에 한국인의 신혼여행지인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소니오픈을 우승했다. 2022년 12월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겸한 하와이 방문이었기에 우승은 더욱 특별했다. 2024년 소니오픈에서는 안병훈 선수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놓치기도 했다. 김주형 선수는 지난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었기 때문에 올해 출전하는 첫 대회에 기대감을 가졌다.



올해 소니오픈에는 전주에 개최된 시그니처대회인 더센트리에 참가했던 주요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많은 유럽 선수들이 DP월드투어 일정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김시우와 안병훈은 한 타 차이로 컷오프되었고, 김주형은 공동 65위로 부진했다.
닉 테일러(캐나다)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870만달러) 최종일 경기에서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했다.닉 테일러(캐나다)는기적 같은 18m 칩샷 이글을 앞세워 PGA)투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닉 테일러(오른쪽)가 우승한 후 아내 앤디 테일러, 자녀 찰리 테일러(왼쪽), 하퍼 테일러(가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호놀룰루(미국) ㅣAP

닉 테일러(캐나다)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870만달러) 최종일 경기에서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했다.닉 테일러(캐나다)는기적 같은 18m 칩샷 이글을 앞세워 PGA)투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닉 테일러(오른쪽)가 우승한 후 아내 앤디 테일러, 자녀 찰리 테일러(왼쪽), 하퍼 테일러(가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호놀룰루(미국) ㅣAP


우승은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칩인 이글로 연장전에 합류한 닉 테일러(캐나다)에게 돌아갔다. 테일러는 두 번의 연장 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하여, 버디와 파를 기록한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PGA투어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안병훈이 몇 개의 대회에서 선전했지만, 우리나라 남자 골프를 대표하던 임성재, 김시우와 이경훈은 이전의 기량을 보이지 못했고, 김주형은 2022년과 2023년과 달리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해 초반에 반전의 기회가 오기를 바랐지만, 올해 소니오픈 대회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 간의 기량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는 인상만을 남겼다. 골프가 몇 개 대회의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이며, 위안이다.

지난주 개막전 이후 앞으로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PGA투어 대회가 열린다. 1월에만 LA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샌디에이고에서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페블비치에서 AT&T 프로암이 개최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LPGA가 개막하기 전에, 겨울이 끝나기 전에, 우리나라 골프 코스가 그린랜드가 되기 전에, 미국 골프 코스 18번 홀 그린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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