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진격…행정에서도 금메달 딸까

입력 2025-01-21 1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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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이 세레머니 후 대한탁구협회 천영석회장하고 포옹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이 세레머니 후 대한탁구협회 천영석회장하고 포옹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진격.

대한민국 스포츠 행정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대거 대권을 잡고 ‘스포츠 행정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유승민 하형주 장미란 진종오 임오경 등이다.

● 열정으로 기적을 만든 유승민

대표 주자는 유승민(43)이다. 그는 지난 14일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이기흥(70) 현 회장을 제치고 ‘스포츠 대통령’에 당선됐다.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사상 처음으로 후보 6명이 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데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무산돼 이 회장의 3연임에 힘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승민은 ‘개혁과 변화’을 앞세운 공약으로 2030 유권자의 마음을 잡았다. 180개 이상의 시·군·구 체육회를 돌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그 발품의 힘은 ‘대반전’으로 돌아왔다.

유승민은 잘 알려진 대로 탁구선수 출신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중국의 왕하오를 4-2로 물리치며 금메달을 목에 건 ‘대이변’의 주인공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유승민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또 한번 대이변을 일으키며 사상 최연소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는 새 역사를 썼다.

유승민은 선수로 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당선돼 스포츠 외교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선수촌장을 거쳐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 5년 5개월간의 대한탁구협회장을 역임하며 스포츠 행정의 경험을 쌓았다.



유승민의 등장은 체육계 개혁의 ‘트리거’ 역할을 하며 한국 체육의 미래를 새로 쓰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84 LA 올림픽 유도 95kg급 금메달을 딴 하형주가 손을 높이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84 LA 올림픽 유도 95kg급 금메달을 딴 하형주가 손을 높이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 복지·산업 ‘업어치기’ 한판승 하형주

대한민국 스포츠 복지와 스포츠 산업을 이끄는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수장에 올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62)가 주인공이다.

하 이사장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엔 1987년부터 37년간 모교인 동아대 교수로 재직했고, 2022년 8월부터 체육공단 상임감사로 1년 4개월간 일했다. 이어 제14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해 ‘개혁’의 고삐를 쥐고 있다.

하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철학과 가치가 재정립된 정통한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인재 중심 조직으로 공단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에 우리의 서울 올림픽 레거시를 전수하고 확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유도 영웅’ 하형주의 뚝심과 집념은 LA올림픽 때 빛났다. 올림픽 출전 40일을 앞두고 훈련 중 허리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며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와(오른쪽부터)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 선수의 어머니 이현희 씨가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배드민턴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와(오른쪽부터)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 선수의 어머니 이현희 씨가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 센터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 의원은 배드민턴과 태권도·사격 등 종목에서 70여 건의 체육계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 센터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 의원은 배드민턴과 태권도·사격 등 종목에서 70여 건의 체육계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장미란 진종오 임오경 ‘정책 행정의 금메달’ 도전

앞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역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장미란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행정을 견인하고 있고,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최초로 3개 대회(2008베이징·2012런던·2016리우데자네이루)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인 진종오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리스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신화 임오경은 ‘금배지’를 달며 국회에서 문화 체육 정책을 이끌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스포츠 행정에서도 금메달을 딸지는 아직 ‘물음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시작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의 성공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큰 의미가 있다.

한 스포츠 평론가는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스포츠 행정가로의 변신은 고무적”이라며 “선수 출신들이 현장 감독·코치 등에 머물던 것에서 벗어나, 그들의 현장에서 겪은 많은 문제점과 비전을 행정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대한민국의 스포츠 행정은 현장 중심의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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