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FC에서 스트라이커와 센터백을 두루 경험한 허율은 2025시즌부터 함께할 울산 HD에선 일단 스트라이커로 출발한다. 허율이 광주 유니폼을 입고 지난달 3일 상하이 포트(중국)와 ACLE 리그 스테이지 원정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비도 잘하는 장신(193㎝) 스트라이커. 공격을 잘하는 수비수. 울산 HD 허율(24)을 향한 수식어다.
허율은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이다. 그는 2021시즌 광주FC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했다. 첫 시즌 K리그1 18경기(2골·1도움)를 뛰었고, 광주가 K리그2로 강등된 2022시즌에는 33경기에 출전해 6골·4도움으로 팀의 승격에 일조했다.
허율의 질주는 계속됐다. 2023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K리그1 65경기를 소화하며 5골·3도움을 뽑았다. 이 때문에 유럽은 물론 일본, 중동 등지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허율을 돋보이게 만든 것은 다재다능함이다. 지난해 5월부터 중앙수비수로 변신했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포지션이었다. 금호고는 물론 광주에 입단했을 때까지 줄곧 스트라이커로만 뛰었다.
제공권과 더불어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 날카로운 왼발 킥 등 좋은 공격수의 조건을 두루 갖춘 허율이기에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은 낯설었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택했다. ‘공격수 허율’의 성장이 멈췄다고 판단한 이정효 광주 감독이 제안한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였다.
할 일이 많았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공을 들였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수비수 후벵 디아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명 수비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열심히 봤고, 이를 훈련과 실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에 꾸준히 실력이 쌓였다. 평소 특정 선수를 높이 평가하는 데 인색한 이 감독이지만, “공격수 허율보다 수비수 허율의 몸값이 5배는 높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리그1 3연패에 성공한 울산도 허율의 가치를 놓게 평가했다. 다만 우선은 공격수로 분류했다.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떠난 베테랑 골잡이 주민규의 대체자다. “골을 향한 집념과 감각을 갖춘 허율은 팀 공격에 방점을 찍어줄 수 있다. 볼 배급 루트 다양화를 통한 공격 2선의 파괴력 배가, 상대 수비진 분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울산의 판단이다.
그래도 공격수만으로 허율의 역할을 한정하진 않았다. 전 포지션에 걸쳐 세대교체 작업이 한창이고,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큰 터라 어떤 역할이 부여될지 예상할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김판곤 울산 감독은 “허율은 활용가치가 높다. 스트라이커에 무게를 싣지만, 제2의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극과 극’의 포지션을 경험하며 공격수로서 수비를 따돌리는 법, 수비수로 공격수를 봉쇄하는 법을 두루 습득한 허율은 “울산의 새 시즌 목표를 잘 알고 있다. 동계훈련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