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민혁은 QPR로 임대되자마자 2경기 연속 출전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아직 교체출전에 그치고 있지만,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주전을 꿰찰 가능성이 크다. 사진출처|QPR 홈페이지
퀸즈파크레인저스(QPR) 양민혁(19)이 잉글랜드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1 신인상을 거머쥐며 강원FC의 준우승을 이끈 양민혁은 올해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입성했다. 눈부신 ‘스텝업’이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리그 중위권으로 처져 가뜩이나 여유가 없는 토트넘에서 빡빡한 주전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현지 적응과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챔피언십(2부) QPR 임대를 택했다.
QPR에선 곧장 기회를 얻었다. 양민혁은 2일 밀월과 챔피언십 30라운드 원정경기(1-2 패) 후반 31분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다.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으나, 마르티 시푸엔테스 QPR 감독과 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양민혁은 5일 블랙번과 31라운드 홈경기(2-1 승)에서도 후반 21분 교체로 나섰다. 가벼운 움직임을 뽐낸 그는 후반 31분 돌파를 시도하다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고, 이 공은 동료 잭 콜백의 중거리슛 결승골로 연결됐다.
QPR은 양민혁의 초반 활약에 웃음을 짓는다. 구단 CEO 크리스티안 누리는 “양민혁은 우리 공격진에 힘을 더한다. 동시에 오른쪽 윙어 자리의 경쟁에 불을 붙인다. 그를 임대해준 토트넘에 고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소속팀 토트넘은 장기적 관점에서 양민혁을 육성하고자 한다. 토트넘의 선수 영입을 담당하는 요한 랑 테크니컬 디렉터는 5일 구단 자체 인터뷰를 통해 양민혁을 비롯한 임대 선수들이 2024~2025시즌 후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랑 디렉터는 “양민혁이 좋은 환경에서 출전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임대는 선수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양민혁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랑 디렉터는 “양민혁은 올여름 토트넘에 복귀해 동료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임대된 20세 공격수 마티스 텔이 다음 시즌 완전 이적에 성공한다면, 그 역시 양민혁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거친 잉글랜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양민혁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