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 미들블로커 신영석은 16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서 V리그 남자부 최초 개인통산 1300블로킹을 달성했다. 사진제공|KOVO
“제 마지막 기록이 되지 않을까요?”
신영석(39·한국전력)은 V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센터)다. 기록이 말해준다.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선 블로킹 4개를 성공해 개인통산 1300개(1303개)를 달성했다. 1300개는 V리그 남자부 최초 기록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1299블로킹을 기록했던 신영석은 1세트 9-10에서 OK저축은행의 오픈공격을 가로막은 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그는 “블로킹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인, 서브 리시브, 위치 등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더 많은 분이 떠올라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보적 기록이다. 신영석은 이 부문 2위 이선규(은퇴·1056개)에 여유롭게 앞서고 있다. 그래서인지 1000개 이후로는 매번 새롭게 수립하는 블로킹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1300개는 감회가 달랐다. 그는 “1200개를 잡았을 당시와 기분이 달랐다”며 “이제 나이가 있지 않은가. 마음은 20대지만, 세월이 원망스럽다(웃음). 그래서 기록 달성 순간 ‘이게 내 마지막 기록이 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이루고 싶은 게 있다. 신영석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1회(2017~2018시즌)에 라운드 MVP 2회, 서브 성공 300개 등 미들블로커 최초의 역사 또한 적잖게 이뤘지만, 4500득점(4395개)은 채우고 싶어 한다. 이에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도 “(신)영석이에게 ‘마흔다섯까지 뛰라’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미들블로커이지 않으냐”며 웃었다.
신영석은 “그동안 ‘내가 무엇을 더 이룰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많이 했다. 득점은 욕심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목표는 양효진(현대건설·1625블로킹) 선수다. 끝을 정해두지 않겠지만, ‘V리그 미들블로커’라고 했을 때 나 역시 많은 후배에게 목표, 기준, 표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영석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고 있다. 최근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를 선언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참 멋지지 않은가.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에 어울리는 선수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표본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돌이켜보면 사실 난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박수 칠 때 더 하고 싶었다(웃음)”며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이고 좋은 은퇴는 무척 어렵다. 적지 않은 선수가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전열에서 밀려나 팀을 떠나곤 한다. 나 역시 훗날 김연경 선수처럼 밝게 빛나는 곳에서 선수생활을 끝낼 수 있을까. 내 끝이 언제일지 알 수는 없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