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필드에 복귀한 게리 우들랜드(오른쪽)이 27일(한국시간) PGA 투어 용기상을 수상한 뒤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 | PGA 홈페이지
1984년생 게리 우들랜드(미국)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면증과 공황 증상이 나타난 건 2023년 4월이었다. 낙천적인 성격이었지만, 갑자기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를 지배했다. 의사를 찾아갔고, MRI를 찍었더니 뇌의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는 부분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공황 증상의 원인이었다.
항경련제를 복용하자 상태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그해 9월 수술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어린 세 자녀와 아내에게 진심을 담아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아들에겐 이런 말도 적었다. “절대 도움을 요청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아빠는 그게 참 힘들었단다.”
머리에 야구공 크기만한 구멍을 뚫어 종양을 제거하고, 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냥 돌파해야만 한다”며 이겨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선수로서 심신을 단련한 것도 도움이 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종양 대부분을 제거했고, 병원 휠체어를 거부한 채 직접 걸어나왔다. “걸어 들어왔으니, 걸어서 나간다”며….
‘내 심장이 뛰는 한 나는 계속 플레이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수술 이틀 뒤 집에서 퍼팅을 시작했고, 2024년 시즌 개막전 소니 오픈에서 필드에 복귀했다. 결과는 예선 탈락. 당연했다. 이어진 컷 탈락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4번째 출장이었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1라운드 70타를 기록하며 동반자인 타이거 우즈와 저스틴 토마스를 제쳤다. 수술 후 첫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옛 모습을 차츰 되찾아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7월 말 3M 오픈 3라운드를 마치고 완전히 탈진했다.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싸웠다. 가족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그리고 자기 전 해야 할 것들, 하루 중 자극이 강한 순간이 오면 뇌를 진정시키는 방법’ 등을 배워나갔고, 명상의 힘도 깨달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끝은 아니다. 앞으로도 정기적인 MRI 검사를 받으며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2024 시즌은 그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였다. 26번 출전해 단 한 번의 톱10 진입. 소득도 있었다. 경기 스케줄을 더 신중하게 짜고, 캐디에게 더 많은 결정을 맡겨야 한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현재까지 올해 성적은 4개 대회 출전에 3번 컷 통과.
우들랜드는 27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로부터 역경을 이겨낸 선수에게 주는 ‘용기상’을 받았다. PGA 투어 용기상은 부상이나 질병, 또는 비극적인 사건 등 역경을 이겨내고 골프에 공헌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2019년 US오픈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우들랜드는 “도와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 나를 도운 모든 분이 받아야 할 상”이라며 “나는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내 가족들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함께 있기 위해, 그리고 내 꿈을 위해 나는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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