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4번타자 김민혁이 23일 수원 한화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는 고정관념을 깨는 팀이다. 지난해 홈런과 타점생산력이 좋은 멜 로하스 주니어를 리드오프에 세운 게 대표적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1번타순에 강타자를 배치해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올해는 여기서 한 단계 발전했다. 테이블세터를 모두 힘 있는 타자가 맡는다. 동시에 중심타순 또한 파격적으로 꾸려졌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새로운 4번타자 김민혁(30)이다.
●확률
이 감독은 확률을 고려했다. 그래서 중심타선에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를 배치했다. 스윙이 비교적 큰 강타자보다 삼진율이 낮고, 인플레이타구 생산력이 좋기 때문이다. 상위타순에서 만든 기회를 계속 이어가기 좋다. 이 감독은 22~23일 한화 이글스와 개막 2연전에서 김민혁을 4번타순에 배치해 효과를 봤다. 김민혁은 8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3번타자 허경민(10타수 5안타 1타점)과 내는 시너지는 물론, 삼진 역시 없었다.
콘택트 능력은 클러치 상황에서 또 한 번 빛났다. 김민혁은 23일 경기에서 4회말 무사 1·3루서 2-2 동점을 만드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그와 맞붙은 한화 라이언 와이스는 낙차 큰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경계를 정확하게 노렸는데 김민혁이 콘택트 능력으로 이겨냈다. 동점을 만든 것과 동시에 1루주자 허경민을 3루까지 보내 득점 확률을 높였다. 이후 KT는 기회를 이어가 역전에 성공했다. 김민혁은 “내 앞에서 (허)경민이 형이 워낙 잘 쳐서 내게 기회가 이어졌는데, 흐름을 꼭 잇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신뢰
이 감독은 새로운 4번타자를 굳게 믿고 있다. 상대 투수 유형을 불문하고 4번타순을 믿고 맡기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감독은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내는 경우 플래툰 시스템을 쓸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민혁이는 좌완 공도 잘 친다. 몇 년 전에 좌완을 상대하다 헤드샷을 맞고 특정 투수에게 부담을 느끼는 듯했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다른 좌완을 상대했을 때 모습에서는 부담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하고 나서 민혁이에게 직접 말해주지 못했지만, (4번타자로서)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혁 또한 4번타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처음 선발 라인업을 받았을 때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야구에서 4번타자가 갖는 상징성 탓이다. 하지만 새로운 자리가 익숙해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감독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바 또한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4번타순이 주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은 뒤 “하지만 상황에 맞게 내가 해야 하는 타격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타격을 하기 위해 매 타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