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선수들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8차전이 1-1 무승부로 끝나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1회 연속,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가 ‘험난한 6월’을 자초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5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전반 30분 마흐무드 알마르디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4만1532명의 만원관중이 환상적인 카드섹션을 연출하며 간절한 붉은 함성을 토해냈으나, 끝내 웃지 못했다.
20일 오만과 홈 7차전에서도 1-1로 비긴 대표팀은 이로써 3월 홈 2연전을 모두 무승부로 마치며 4승4무, 승점 16으로 월드컵 본선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이제 이라크(원정·6월 5일)~쿠웨이트(홈·6월 10일)와 2경기만 남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전체적 밸런스는 좋았는데 결과가 안 따라왔다.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으나 홈경기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출발은 좋았다. 4-2-3-1 포메이션은 유지했으나, 요르단의 밀집수비를 깨기 위해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전방에 세우는 한편 공격 2선에 이재성-황희찬(울버햄턴)-이동경(김천 상무)을 배치해 변화를 줬다. 또 황인범(페예노르트)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해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주문했다. 실제로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치자 요르단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킥오프 5분 만에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이재성이 왼쪽 다리를 갖다 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1992년생 동갑내기 콤비는 지난해 11월 요르단 암만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과 6차전 원정경기(1-1 무)에서도 ‘합작골’을 뽑은 바 있다. 당시 경기 전반 16분 이재성과 문전에서 볼을 주고받은 손흥민이 득점했다. 손흥민은 이날 133번째 A매치에 출전해 이운재(베트남대표팀 골키퍼코치)와 A매치 최다출전 공동 3위가 됐고, 이재성은 지난해 10월 원정(2-0 승)에 이어 요르단전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축구대표팀 이재성(오른쪽)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8차전 도중 결정적 골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이재성의 전반 5분 선제골로 앞섰으나 동점골을 허용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필이면 한국이 잠시 쉬어가던 시점에 치명적 실수가 나왔다. 전반 30분 황인범과 함께 중원을 책임진 박용우(알아인)가 볼을 빼앗긴 것이 빌미가 돼 역습을 허용했고, 야잔 알나이마트가 한국 수비 3명을 제친 뒤 흘린 패스를 무사 알타마리가 왼발로 감아찬 것이 골키퍼 조현우(울산 HD)에게 맞고 나오자 알마르디가 침착한 동점골로 연결했다. 지난해 2월 요르단과 2023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에서도 실점으로 연결된 실수를 범한 박용우는 극심한 ‘요르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은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양민혁(퀸즈파크레인저스)을 투입한 뒤 양현준(셀틱),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을 차례로 들여보내 공격의 고삐를 쥐려고 했다. 하지만 요르단의 단단한 수비를 더 이상 허물지 못했다. 오히려 간헐적인 요르단의 역습에 여러 차례 공간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후반 40분 상대의 핸드볼로 페널티킥이 의심된 장면이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무산된 것이 가장 아쉬운 순간일 정도로 후반전은 답답했다. 홍 감독은 “밀집 수비를 타파할 방법은 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측면 돌파와 일대일 패스, 공간 활용 등 오만전보다 나아졌으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