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왼쪽)가 21일(한국시간) 파라과이와 홈경기 도중 다니엘 무뇨스에게 공을 빼앗기고 있다. 사진출처|브라질축구협회 홈페이지
꿰지 않은 구슬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선수단의 면면이 아무리 화려해도 이를 ‘원팀’으로 묶지 못한다면, 승리를 챙길 수 없다.
브라질축구대표팀의 이야기다. 2026북중미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기대치를 밑도는 4위(6승3무5패·승점 21)에 머물고 있다. 10개국이 홈&어웨이 방식으로 풀리그를 치러 상위 6팀이 본선에 오르는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은 안정권으로 보인다. 그러나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5위 파라과이, 6위 콜롬비아(이상 승점 20), 7위 베네수엘라(승점 15), 8위 볼리비아(승점 14)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최근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26일(한국시간) 라이벌 아르헨티나와 남미 예선 14차전 원정경기에서 1-4로 무릎을 꿇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하피냐(FC바르셀로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음에도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브라질 국민은 도리바우 주니오르 감독을 강하게 비판한다. 지난해 9월 파라과이와 남미 예선 8차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그는 “우리는 북중미월드컵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0-1로 패하며 자국민을 분노케 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5회)에 빛나는 브라질이지만, 이제 더 이상 ‘난공불락’의 팀이 아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브라질이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러나 애초 브라질은 본선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월드컵까지 1년이 남은 지금, 우승은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사례는 낯설지 않다. 한국도 아시아에서 남부럽지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최근 고전을 거듭했다. 20일 오만, 25일 요르단을 잇달아 상대한 아시아 최종예선 B조 7, 8차전에서 모두 1-1 무승부에 그쳤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등 아시아 최고 멤버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답답한 경기력을 되풀이했다.
체급이 승부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했고, 상대의 전력 분석이 쉬워졌기에 약팀이라도 탄탄한 조직력과 게임 플랜을 잘 갖춘다면, 언제든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브라질과 한국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