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력과 기회가 만났다. KT 권동진이 겨우내 흘린 땀의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지난달 28~30일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3연전 도중 내야수 권동진(27)을 불러 세운 뒤 염두에 두고 있던 기용 계획을 미리 전달했다.
당시 권동진이 설 수 있는 2, 3루와 유격수 자리에는 이미 천성호, 허경민, 김상수가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올해 성적과 육성의 결실을 동시에 보고 있는 이 감독에게는 차기 주전감인 권동진의 경험을 키워주는 일도 중요했다.
선발 라인업에 들 날을 고대하며 훈련에 매진하던 권동진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이 감독과 만나 설레는 소식을 들었다.
이 감독은 “내일(2일) 네가 선발로 나가니까 한번 잘 해 보라”며 격려의 메시지도 함께 건넸다.
이튿날(2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권동진은 첫 타석이었던 1회말 2사 2·3루서 4-1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 감독도 “동진이가 2사 후에 찬스를 살린 게 컸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1회에만 8점을 내며 9-5로 이겼지만,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승부가 이어지지 않았는가. 동진이가 적시에 활약해준 게 컸다”고 칭찬했다.

KT 권동진(왼쪽)이 2일 수원 LG전 1회말 2사 2·3루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덕아웃의 동료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권동진은 이날 3루타 한 방을 포함한 4타수 2안타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는 “최대한 부담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며 “설령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더라도 ‘삼진을 당하면 또 어떠한가’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배트를 자신 있게 휘두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올해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를 테이블세터로 내세우는 KT로선 권동진이 9번타순에서 사실상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해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권동진은 “최대한 많이 (누상에) 살아나가려고 했다”며 출루를 강조하는 동시에 “찬스가 오면 놓치지 않고 쳐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투수의 입장에선 안타를 내주면 안 될 타순의 선수에게 맞은 것이니까 충격이었을 수 있겠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내가 더 잘해서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T 권동진이 3일 수원 LG전 5회말 1사 후 3루타를 치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마침 이 감독도 야수 기대주들의 집중적인 육성을 위해 마련한 일명 ‘스페셜 조’에 그를 포함해 1, 2차 스프링캠프에 모두 데려갔다.
권동진도 함께 ‘스페셜 조’에 포함된 윤준혁, 강민성, 유준규, 천성호 등 4명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한 뼘 더 성장했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도 올겨울은 정말 남달랐다”며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려는 감독님의 뜻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땀의 결실을 보고 있는 권동진은 “함께 훈련한 동료들 중에선 내게 좀 더 기회가 왔을 뿐”이라며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게 내가 준비해온 것들을 믿고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 보겠다”고 다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