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천리 소속으로 2025시즌 KLPGA 투어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보겸(왼쪽)과 메디힐 모자를 쓰고 두 번째 대회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이예원. 사진제공 | KLPGA
2025시즌 KLPGA ‘빅2’ 골프구단 메디힐, 삼천리
삼천리 박보겸, 메디힐 이예원 잇달아 챔피언 등극
‘넘버1 골프구단’ 경쟁, 올 시즌 관통할 관전 포인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골프 투어 중 한국에만 ‘골프구단’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같은 골프단 소속 선수들이 떼를 지어 함께 전지훈련을 한다거나, 시즌 개막에 앞서 단체로 출정식을 갖고 선전을 다짐하는 것도, 후원사별로 팀을 이뤄 우승팀을 가리는 이벤트 대회 골프단 대항전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유독 한국에만 골프단이 존재하는 것은 결속과 유대에 높은 가치를 두는 한국인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다. 문화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선수 후원이라는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스폰서의 목적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삼천리 박보겸, 메디힐 이예원 잇달아 챔피언 등극
‘넘버1 골프구단’ 경쟁, 올 시즌 관통할 관전 포인트
202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을 앞둔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구단은 메디힐 골프단이었다. 메디힐은 2024년 3승을 거둔 공동 다승왕 5명 중 이예원과 박현경, 배소현 등 무려 3명을 한꺼번에 영입했고 여기에 통산 2승의 주인공 한진선까지 품에 안으며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 메디힐은 새롭게 합류한 4명을 비롯해 이다연 이채은2 등 정규투어 8명, 2부 투어에서 뛰는 홍예은과 안지현 등 총 10명의 국내 투어 선수와 김아림 안나린 등 해외파 2명까지 총 12명으로 구성된 ‘공룡 구단’을 꾸렸다.
메디힐 못지않게 눈길을 끈 구단은 삼천리 골프단이었다. 공동다승왕 중 한 명인 마다솜과 신인왕 유현조(1승), 고지우(1승) 등 세 명이 지난해 총 5승을 합작했던 삼천리는 전예성, 고지원, 최가빈 등 기존 선수에 박보겸, 서교림, 이세희 등을 추가로 영입해 총 11명으로 구단을 구성했다.
국내 여자골프에는 40개가 훌쩍 넘는 골프구단이 있는데 두 자릿수 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메디힐과 삼천리뿐이다. ‘빅2’로 불리는 두 구단은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넘버1 골프단’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건 삼천리였다. 3월 태국에서 열린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새로 영입한 박보겸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고지우가 준우승, 유현조와 마다솜이 공동 4위에 자리해 돌풍을 일으켰다. 같은 소속팀 선수 4명이 톱5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KLPGA 투어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박보겸의 삼천리가 장군을 부르자, 메디힐도 이예원의 우승을 앞세워 기다렸다는 듯 멍군을 받아쳤다. 이예원은 지난주 두 번째 대회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하며 새 소속팀 메디힐에 시즌 첫 우승 기쁨을 안겼다. 박현경과 배소현도 각각 공동 14위, 공동 19위에 랭크돼 ‘메디힐 파워’에 힘을 보탰다.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메디힐과 삼천리의 ‘넘버1’ 쟁탈전,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두 구단의 자존심 대결은 2025시즌 KLPGA 투어를 관통하는 관전 포인트다. 삼천리와 메디힐은 10일부터 나흘간 경북 구미시에 있는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에서 열리는 ‘iM금융오픈 2025’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간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