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간판타자 노시환의 통산 100홈런 달성에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 98홈런부터는 이른바 ‘아홉수’도 없이 3연속경기 홈런으로 순식간에 100홈런 고지에 이르렀다. 스포츠동아DB

한화 간판타자 노시환의 통산 100홈런 달성에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 98홈런부터는 이른바 ‘아홉수’도 없이 3연속경기 홈런으로 순식간에 100홈런 고지에 이르렀다. 스포츠동아DB



“그래서 아홉수가 없었나 봐요.”

한화 이글스 간판타자 노시환(25)은 20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0-0으로 맞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NC 선발 이용찬의 몸쪽 커브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98홈런을 기록한 18일 대전 NC전부터 3연속경기 홈런으로 순식간에 100홈런을 달성한 것이다.

44년의 KBO리그에서도 10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는 그리 많지 않다. 노시환이 108번째다. 90년간 309명이 나온 일본프로야구(NPB)와 견주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노시환은 달리 생각했다. 이 때문에 기록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22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그는 “기록은 기록이지만, 내 앞에 수많은 선배들이 달성한 기록이어서 사실 100홈런 달성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흥미롭게도 노시환은 기록을 의식하지 않은 게 오히려 100홈런 달성을 앞당겼다고 믿는다. 그는 “실제로 (달성까지) 홈런이 몇 개 남았는 줄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아홉수가 없었나 보다”며 웃은 뒤 “돌아보면 그 덕분에 오히려 빠르고 순탄하게 기록에 닿은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나이에 100홈런을 달성했다니 뿌듯함도 있다”며 “앞으로도 200, 300홈런을 넘어 이룰 게 많으니까 계속해서 기록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 31개의 아치로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은 올 시즌 다시 한번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들어선 타격감도 물올랐다. 시즌 첫 멀티홈런(2개)을 쳤던 16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깨달음도 얻었다. 노시환은 “경기 도중 수도 없이 ‘가볍게 치자’고 되뇌며 쳤더니 좋은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타자들에게 ‘가볍게 치라’는 말은 쉬운 듯 어렵다. 특히 노시환처럼 더 멀리, 더 강하게 쳐야만 하는 강타자들에게는 도전의 영역처럼 여겨진다. 노시환은 “어느 종목이든 몸에서 힘을 뺐을 때의 부드러움에서 강함이 나온다고 하지 않느냐”며 “선수라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때가 있다. 나 역시 올 시즌 초반에는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파울을 치거나 타격 타이밍이 늦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최근에는 페퍼게임(2명이 짝을 이뤄 약 10m의 거리를 두고 가볍게 던지고 치는 타격연습)을 하듯 가볍게 스윙했더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