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 황승빈(왼쪽)은 이번 시즌 V리그 정규리그 베스트 7 세터 부문에 선정되면서 한선수에 대한 존중과 감사함을 표현했다. 사진제공|KOVO

현대캐피탈 황승빈(왼쪽)과 대한항공 한선수가 13일 열린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처음 시상대에 오른 황승빈(34·현대캐피탈)이 오랜 시간 자신의 앞을 지켜왔던 대선배 한선수(41·대한항공)를 향해 존중과 고마움을 전했다.
황승빈은 13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베스트 7 세터 부문에 선정됐다. 2014~2015시즌 대한항공서 프로 데뷔한 그는 꾸준히 활약해 수준급 세터로 활약했으나, 베스트 세터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배경에는 한선수의 존재가 있었다. 2007~2008시즌 대한항공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한 팀에서만 뛰어온 한선수는 세 차례 베스트 세터에 선정됐고, 이번 시즌에는 개인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황승빈은 한선수의 자리를 꾸준히 위협했다. 대한항공서 6시즌 동안 한선수의 백업으로 뛴 그는 우리카드로 옮긴 2022~2023시즌 세트당 토스 10.286개를 기록하는 등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이후 2023~2024시즌 KB손해보험서 11.210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2024~2025시즌 10.554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 한 자리뿐인 베스트 세터 자리서 한선수를 제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달랐다. 황승빈은 2025~2026시즌 세트당 토스 11.826개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팀의 정규리그 2위에 기여했다. 6위 한선수(10.468개)와 격차도 뚜렷했다. 실력과 수치로 선배를 넘어섰다.
황승빈은 생애 첫 베스트 세터 타이틀을 거머쥔 뒤에도 고개를 낮췄다. 그는 “드디어 상을 받고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한)선수 형은 내게 그림자가 아니라, 시원한 그늘 같은 존재였다. 늘 우러러볼 수 있는 고마운 나무였다”며 “같은 팀에서 뛸 때뿐 아니라 상대로 만날 때에도 형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선수도 후배의 수상을 반겼다. 그는 “(황)승빈이는 항상 해내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이 될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걸 이뤄낸 것이 기쁘다”고 흐뭇해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두 세터의 관계는 선의의 경쟁이자 서로를 향한 응원이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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