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의류회사나 영화를 제작해서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처럼 메이저리그는 이윤창출을 최종목적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물론 야구가 국민적인 여가선용(National Passtime)이라는 점에서 팬들에게 주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운영하는 자선단체는 분명히 아닙니다. 25명의 엔트리 선수들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생존방법을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형성되어 있는 메이저리그는 각 구단들 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망정 큰 틀에서는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팀은 크게 운영파트(Baseball Operations)와 사업파트(Business Operations) 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운영파트의 목적이 최고의 야구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사업파트는 구단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파트는 한지붕 아래 존재하지만 서로간의 교류가 거의 없으며 마치 두개의 회사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따로 움직입니다. 사내의 인사 때도 사업파트에서 운영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사실 야구단에 입사했다면 일반적으로 운영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인데 사업관련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많은 신출내기들이 그런 현실을 접하고 실망하는 장면을 적지않게 볼 수 있었답니다. 사업운영부의 기본적인 철학은 이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폰서십이나 티켓구매를 통해 1만 달러 이상 소비하는 클라이언트에게는 시구를 오퍼(?)할 수 있다는 것이 마케팅부서의 비공식 방침이었으니까요. 물론 토요일 저녁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 시구는 몇배로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이 외의 아이템으로는 경기전 선수들과의 짧은 만남, 스코어보드 광고, 심지어는 선수들을 동원해서 사인회도 열어줄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활용한 세일즈를 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공짜는 없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 사인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출연료(?)가 돌아간다는 것은 짐작하실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출연료라는 게 꼭 연예인의 몸값과 같아서 적게는 500달러에서 많게는 1만 달러까지 차이가 난답니다. 서재응 선수가 메츠에서 활약할 당시 ‘코리언나이트’ 시구를 맡을 예정이던 뉴욕총영사님이 행사 하루전에 시구자에서 탈락된 적이 있었습니다. 구단측은 시구 대신 경기전 덕아웃 앞에서 서재응 선수와의 어설픈 캐치볼로 긴급 대체했는데 그 장면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죠. 구단이 나중에 영사님에게 어떤 핑계를 댔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들은 바로는 갑자기 다른 스폰서가 등장하면서 시구자를 변경했다는 것입니다. 아, 물론 모든 시구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MLB는 이미 브랜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늘의 MLB라는 브랜드가 있기에는 치밀한 사업계획과 적극적인 세일즈맨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케팅부서에서 6년 동안 근무하면서 매년 몇 번씩 시구를 팔아봤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