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우여곡절 끝에 감격적인 메이저리그(ML)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 무4사구 3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김광현은 ML 3번째 등판에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와 더불어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김광현의 ML 데뷔전은 약 1개월 전인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시즌 개막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김광현의 보직은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였다. 1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ML 첫 세이브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다음 등판까지 또 시련이 이어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소속 선수 10명을 포함한 총 18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탓에 7월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실전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새옹지마’였다. 그 사이 기존 선발 자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김광현에게 선발 자리가 주어졌다. 절호의 기회였다. 18일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빅리그 첫 선발등판에 나섰다. 당시 그는 타격훈련 때 착용하는 모자를 잘못 쓰고 나왔을 정도로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3.2이닝(57구) 3안타 1홈런 3볼넷 1삼진 1실점으로 버텼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투구수를 60개 안팎으로 정한 까닭에 승리요건을 갖추진 못했지만,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보여줬다.
이어진 2번째 선발등판에서 김광현은 자신의 진가를 한껏 뽐냈다. 최고 구속 92.6마일(약 149㎞)의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의 메인 메뉴에 커브, 체인지업까지 곁들여 신시내티 타선을 잠재웠다. 삼진 3개를 솎아낸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였는데, 특히 5회 우타자 프레디 갈비스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공략해 루킹 삼진을 솎아낸 장면이 백미였다. 2루수 콜튼 웡, 우익수 딜런 칼슨 등 야수들도 안정적 수비로 김광현을 도왔고,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존 갠트(1이닝)~앤드루 밀러(0.2이닝)~지오바니 가예고스(1.1이닝)의 불펜도 무실점으로 김광현의 승리를 지켰다.
김광현은 경기 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투구 템포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좋은 투구를 했다. 그래서 템포를 빨리 가져가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김광현의 원 소속구단 SK 와이번스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SK 감독대행도 후배의 ML 첫 승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3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김광현은 김광현”이라고 미소 지으며 “마무리와 비교하면 선발투수의 긴장감은 조금 덜할 것이다.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아 기쁘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처럼 ML에서 롱런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