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선수들에게 매우 고마울 뿐이다." 대구 오리온스는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김병철(36)의 쐐기를 박는 3점슛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85-78로 승리했다. 김상식 전 감독(41)의 사퇴와 김승현(31)의 시즌아웃, 최근 5연패 등 악재가 겹쳤던 오리온스가 정재훈 감독대행(36)과 선수들의 단합으로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4연승을 질주하던 삼성에 승리한 것이라 더욱 의미있는 경기였다. 정재훈 감독대행은 지난달 28일 김상식 전 감독의 전격 사퇴로 인해 부득이하게 감독대행이라는 직함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그리고 삼성을 상대로 부임 후 5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한 것. 정재훈 감독대행은 "어려운 시기에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첫 승을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삼성을 당황하게 했다. 5연패 중인 팀의 모습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정 감독대행은 "사실 김상식 감독님께서 사퇴하시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3경기에서 너무 부진한 모습을 보여 더욱 다운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때 챔피언 반지까지 끼었던 구단으로서의 자존심마저 버릴 순 없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전 선수들은 지난 3경기를 이틀에 걸쳐 비디오로 돌려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정 감독대행은 "어제 저녁과 오늘 오전에 걸쳐 선수들과 함께 지난 3경기의 비디오를 돌려봤다. 비디오 자체가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정재훈 감독대행과 김병철은 1973년 동기다. 대학 시절에는 각각 한양대와 고려대의 유니폼을 입고 맞붙기도 했다. 정 감독대행은 "(김)병철이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나 혼자는 너무 부족한데 병철이가 플레잉코치로서 도와주고 있다. 선수들도 모두 잘 따라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공교롭게 이날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이는 바로 김병철이다. 김병철은 73-73으로 팽팽하던 4쿼터 종료 1분36초 전, 속공 찬스에서 나온 3점슛 오픈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김병철은 정재홍과 함께 연속 4득점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7승33패(0.340)로 9위에 처져있는 오리온스지만 이날만큼은 그들만의 색깔과 호흡을 잘 보여준 오리온스다운 경기였다. 정 감독대행은 마지막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모든 감독들이 매번 말하는 식상한 각오였지만 첫 승을 기록한 정재훈 감독대행의 각오라 남달라 보였다. 【서울=뉴시스】